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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목민심서,...그리스도인 정신의 밑거름 되다

서방 4대 교부 성 암브로시우스 저서성직자의 사회적 책무와 덕행 다뤄이익·유용성 앞세우는 현대 사회에 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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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암브로시우스.



성직자의 의무

암브로시우스 지음

최원오 옮김 / 아카넷



서방의 4대 교부로 뽑히는 밀라노의 주교 성 암브로시우스(334∼397)가 성직자가 갖춰야 할 덕행과 사회적 책무를 일깨워주는 「성직자의 의무」(아카넷)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그리스도교 첫 윤리 교과서’이자 ‘서양의 목민심서’로 불리는 이 책은 성직자가 지녀야 할 품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연대에 뿌리내린 정의로운 삶, 공동선과 사회적 우정에 관한 신학적 해석을 다뤘다. 고대 철학을 아우르는 암브로시우스의 행복론과 우정론도 망라한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고대 그리스도교에서 황실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 종교의 자유와 권위를 지킨 교부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사회 정의를 위해 평생 헌신했다. 암브로시우스가 374년 밀라노 주교좌가 공석이 되자, 후임 주교 선출 문제로 맞서 싸우던 정통 신앙파와 아리우스파를 중재하고 주교 선출을 감독하러 밀라노대성당에 들어서자, 신자들이 한목소리로 “암브로시우스 주교!”를 외쳐 주교가 됐다. 그는 가진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고, 성경 주해와 신학 저술 등 다양한 사회윤리 작품을 남겼다.

「성직자의 의무」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기원전 106∼43)가 아들을 위해 쓴 「의무론」을 뼈대로 삼았다. 키케로가 사추덕(예지ㆍ절제ㆍ정의ㆍ용기)을 바탕으로 올바름과 이로움을 풀어냈다면 암브로시우스는 지혜롭고 의로운 사람의 본보기를 복음에서 찾아냈다. 곧 하느님의 법에 뿌리내린 사랑의 윤리를 토대로 사추덕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했다.

「성직자의 의무」를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주제는 올바름과 이로움이다. 책은 총 3권으로 구성, 제1권 올바름, 제2권 이로움, 제3권 올바름과 이로움의 상충의 순서로 다뤘다. 궁극적으로 “올바른 것은 이롭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올바름과 이로움에 관한 암브로시우스의 결론이다. 참된 올바름과 이로움을 추구할 때 올바름은 이로움이고, 이로움은 올바름이 된다는 것이다.

「성직자의 의무」에는 염치와 절제, 선의와 관대함, 사랑과 우정, 침묵과 환대 등 성직자로서 갖춰야 할 덕행과 품행뿐 아니라 외모와 목소리, 외식과 가정방문의 원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신의 진중함과 담대함을 마비시키는 즐거움이라는 가면을 쓴 무절제한 이들과 거리를 두고, 외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식탐과 세속, 쾌락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의지를 넘어서는 술잔도 거듭 이어진다고 조언한다. 존경받는 노인들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영광에 대한 욕망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건방진 용기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암브로시우스는 성직자 양성을 위해 성직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덕행을 제시했지만, 성직자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올바름으로 통하는 이로움은 실리를 위해 명분을 버리고, 이익을 위해 정직을 내팽개치며, 도덕적 삶보다는 실용적 가치, 올바름보다는 유용성을 앞세우는 현대 사회에서도 절실한 영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한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교수) 교부학자는 해제를 통해 “사랑과 연대에 바탕을 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이로움에 대한 그릇된 해석과 왜곡을 바로잡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랑의 질서(ordo amoris)에 따라 세상 명리에 초연하여 올바름을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제시하는 인간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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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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