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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탄소중립 여정, 지구 살리는 힘찬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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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열기로 녹은 빙하는 해수면을 상승시켰고, 이상기온은 지구 곳곳에 가뭄과 홍수, 태풍을 야기했다. 당장 내게 닥치지 않을 줄 알았던 문제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 삶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공포와 위기 속에 “이미 늦었다”며 체념한 이들 사이로 교회는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을 다짐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개개인의 마음이 모여 이뤄낸 의미있는 결실. 교회 안에서만이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코자 한 결심은 지구가 파괴된 속도만큼 빠르게 지구를 살리고 있었다.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 교회가 먼저 탄소중립 실천하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위원장 신부, 이하 대전생태위)는 2019년 2월 17일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자원고갈,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대전교구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교회 안팎의 시설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자 했다.

영리가 아닌 창조질서 보전에 방점을 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박수를 받으면서도 “태양광발전이 탄소중립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 “교회가 수익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 속에 어렵게 닻을 올렸다. 갈마동성당 ‘한얼관’ 옥상에 제1호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대전교구 본당 지붕과 주차장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2021년 9월, 수원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것을 천명하며 생태적 회개를 위한 새로운 길에 나섰다. 수원교구는 탈석탄금융과 친환경 재생에너지 투자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일상생활 속 탄소 절감 구조 구축, 통합생태론에 근거한 모든 교육 과정 재정립, 지역과 국가적 차원의 연대를 통한 생태계 위기 극복 등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같은해 12월 창립된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은 수원교구 기관 및 본당이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원동력이 됐다.

이듬해 9월 대전교구도 탄소중립 여정에 동참을 선언했다. 9월 26일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 주례로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이 2030년까지는 전기에너지 자립을, 204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다짐했다. 이로써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과 동행하는 태양광발전사업 여정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본당에서 시작된 탄소중립, 삶을 전환하는 시작이 되다

재생에너지는 태양 에너지,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조력 등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화석연료나 우라늄 등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에너지원과 달리 친환경적이고 사용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태양 에너지는 설치와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교회가 협동조합의 형태로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태양광발전소는 가정 등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가용’과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상업용’으로 나뉜다. 자가용으로 활용되는 베란다형 태양광발전기는 325W 설치 시 매달 전기 요금을 6700원가량 절감한다. 이보다 큰 주택형의 경우에는 6만5000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매년 배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설치비를 지원한다.

상업용 태양광발전소는 주로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을 통해 설치·운영된다. 대전교구 불휘햇빛협동조합은 2023년 7월 현재 상업용 14기, 자가용 12기를 설치했다. 참여한 본당은 갈마동·관저동·도마동·법동·천안월랑·아산신정동·용전동·판암동·관저동·성정동·불당동·대사동·만년동·순성·괴정동 등 15개 본당이다. 이밖에 대전교구청, 가톨릭대학교, 성모초등학교 등 교회기관도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동참하고 있다.

대전교구 몇몇 본당은 이미 전기에너지를 태양 에너지로 100 전환한 상황이다.

2019년 한 해에 4만2425㎾h의 전기를 사용했던 관저동 본당은 발전소에서 매년 92㎾의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함에 따라 본당의 1년 전기 필요용량(㎾)인 33.21㎾를 훌쩍 넘게 생산하고 있다. 2023년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17만2134㎾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천안월랑본당도 한 해 사용 전력량인 3만9774㎾h의 4배를 초과하는 전기를 태양광을 통해 얻고 있다. 상업용 발전소를 통해 얻은 에너지로 인한 수익은 본당 발전이나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후원, 탄소중립 교육, 활동가 양성을 위해 쓰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수원교구 본당들도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동참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지난해까지 지원사업을 통해 651.82㎾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왔다. 탄소중립을 선포한 2021년에는 은계동·신둔·성포동·성남동본당이, 2022년에는 가톨릭음악연구소·영성교육원·작은안나의집·미리내실버타운·영보수녀회와 송탄·장호원·창현·신남·백암·오전동·여주본당 등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올해도 약 10여 곳가량이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수원교구는 교구 내 시설들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을 약 2만2000㎾로 보고, 2030년까지 2만20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발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본당의 이 같은 노력은 단순히 에너지 전환을 넘어 신자들 개인의 생태적 회개를 이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본당의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신자들의 실천은 일회용품 안쓰기, 전기절약, 쓰레기 분리배출 등 일상으로 이어졌다. 근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은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지구환경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수치상의 탄소중립을 이룬다고 나은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생태적 회개가 더 중요하다”면서 “계속 노력하다보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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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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