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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21)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소박하고 겸손한 영화음악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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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 영화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산 아티스트들의 평이 그의 모습과 가치를 더욱더 귀하게 한다.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를 생각하면 경쾌한 춤을 추는 듯한 선율이, ‘미션’을 떠올리면 조여오는 화살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부르던 가브리엘 신부의 애절하면서도 섬세한 오보에 연주가 생각난다. 영화 덕분인지, 음악 덕분인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영화와 음악이 영화를 아끼는 이들에게 아련한 고향을 마련해주었다.

영화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의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책상 앞에 앉아 오선지 위에 펜을 꾹꾹 누르며 써 내려가는 악보 작업, 모든 선율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듯 그의 모습은 진지하고 즐겁다. 어떤 좋은 기구도 없이 바닥을 뒹굴며 하는 단순한 맨손 운동도 낯선 듯 정겹다. 평생을 어떤 거품도 없이 성실하게 작업하고 한결같이 노력해온 이미 노인이나 영이 맑은 청년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버지의 권유로 의사의 꿈을 놓고 생계를 위해 트럼펫 연주를 하게 된 그는 1961년 처음으로 영화 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작곡하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트럼펫 연주자라는 것도, 영화음악을 한다는 것도 당시로써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요소였다. 순수음악을 하는 이들이나 학계로부터 받는 편견과 무시를 엔니오는 느끼고 있었다. 1년만 하기로 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엔니오의 영화음악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가 ‘황야의 무법자’ 주제가 한 소절을 떠올리고, 따라부르며 아이처럼 웃는 모습은 이 작업이 얼마나 그를 즐겁게 하고 몸에 맞는 옷이었는지 보게 한다. 새삼 모든 사람에게는 그만이 제일 잘하는 소명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세상엔 너나없이 모두에게 가장 좋은 직업이 있는 듯 몰리고 있지만, 이 땅의 고통은 그가 그에게 맞는 천직을 못 찾은 데서 온 것이지 싶다.

156분이라는 긴 시간이지만 솔직하고 담담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인품을 대하면서 세계적인 명성과 달리 참 겸손하고 소박한 어른을 만난 느낌이다. 그의 영화음악 역시 거품 없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아끼는 아주 성실한 인물의 소산이었음을 본다.

오랫동안 그와 호흡을 해온 ‘시네마 천국’의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와의 공고한 우정이 엔니오로 하여금 편하게 자신의 애환과 느낌을 벗게 하는 데 일조를 한 듯하다. 가까운 동네 어르신의 기쁨과 섭섭함을 마주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거장이었다. 마에스트로라는 제목에 걸맞게 그의 음악은 위대했다. 오스카상이 국제대회임에도 지역적인 편협성 때문에 ‘미션’과 같이 영화에 품격을 주고 심금을 울렸던 주제가가 탈락하는 아픔을 겪지만, 오스카는 후일 죄송함을 담아 공로상을 부여한다.

영화음악이 영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그 가치를 일깨워 준 이 시대의 어른에게 감사드리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이웃의 시선 때문에 멈추지 않는 용기를 주시도록 청하고 싶다.

7월 5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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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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