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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24) 강변의 무코리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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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신적 평온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불안과 불면증으로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 청년 ‘야마다’(마츠야마 켄이치)가 낯선 바다마을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하는데, 도시적인 분위기의 주인공 야마다가 의외의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업하고, 사장 소개로 ‘강변의 무코리타’라는 이름의 월세 집을 구하게 된다.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 단위인 찰나를 의미하는 ‘무코리타’에는 독특한 인물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사별한 남편을 잊지 못하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주인 미나미를 비롯해 정장 차림으로 아들과 함께 장례용품을 방문 판매하는 미조구치, 목욕비가 비싸다며 야마다의 욕조를 빌리겠다는 시마다. 그는 남의 집을 함부로 들어오는 엉뚱한 행동도 하지만,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야마다에게 “부친을 무연고 처리해 이 세상에서 없던 사람 취급하면 안 된다”고 어른스럽게 충고하는 진지한 면도 있다. 이렇게 무코리타에 사는 사람들은 불완전한 가족 형태의 모습만큼 제각기 결핍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 영화에는 젓갈 공장이나 장례용품 판매 등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외로움이나 불안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관객도 함께 행복해진다. 타인과의 거리 두기가 당연한 시대에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나누며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강변의 무코리타에 사는 사람들은 외롭지 않다.

영화 ‘카모메 식당’으로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특징인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일상을 과장되거나 특별하게 그리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 이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다. 야마다가 목욕 후 우유를 들이키는 습관은 우연히 시청 직원에게 듣게 되는 아버지의 일상과 닮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시마다가 태풍으로 무섭고 불안해하며 잠 못 이룰 때 본인이 했던 거꾸로 읊는 구구단을 해 보라고 알려주는 장면은 서로를 향해 보여주는 치유의 여정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성격을 이해하게 하며 관객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특히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관계를 연결시켜 주는 것은 음식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음식의 맛과 향이 전해지는 것 같아 안도감마저 준다. 주인공 야마다는 무슨 이유인지 정성스레 ‘밥’을 짓고, 그 밥맛이 너무 좋다며 귀찮을 정도로 식사 때마다 무작정 들어와 밥을 푸는데 그 밥의 맛과 향이 전해지는 것 같다. 결국 한 밥상에서 같은 반찬을 집어 성질을 낼 정도로 가까운 ‘식구’가 되고,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에게는 안도감을 준다. 무료할 정도로 한가로운 바다마을에서 무기력하게 낮잠만 자는 야마다에게 연민을 느끼며 여름내 땀 흘려 키운 채소의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시미즈는 생명의 전화보다도 소중한 우리의 이웃이다. 답답할 때 방파제에 앉아 평온한 바다를 지켜보는 야마다와 함께 우리도 힐링이 된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소한 일상이 그들의 지친 삶을 회복시키고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은 영화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모두 형제자매임을 알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할 때 모두가 행복해지고, 하느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8월 23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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