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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영성가 슈파이어, 기도의 세계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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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 작 ‘기도하는 손’.


기도의 세계 /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 황미하 옮김 / 가톨릭출판사


“기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기도는 하느님과 함께 사는 영적이고 신비스러운 삶이자, 그분의 현존하심에, 그분의 신적이고 삼위일체적인 사랑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2쪽)

「기도의 세계」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스위스 출신 영성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1902~1967)가 쓴 수많은 글 가운데 기도를 주제로 한 내용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기도가 이루어지는지, 창조 세계는 어떤 기도를 바치는지, 그리스도나 마리아는 어떤 기도를 바치는지 기도의 원천을 살펴본다. 또 상황에 따라, 직분에 따라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흠숭·감사·청원 등 기도의 종류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책은 기도에 관해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지만 깊이도 있다. 삼위일체론, 창조론, 그리스도론, 마리아론 등 그리스도교 신앙의 여러 측면을 통해 기도를 바라보고 있다.

스위스의 첫 여성 의사이기도 한 슈파이어는 성인이 되어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녀에게 세례를 준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 여러 평신도와 함께 1945년 재속 수도회를 설립해 이냐시오 영성을 따르면서 적극적인 공동체 활동을 펼쳤다. 그녀가 남긴 60여 권의 책은 대부분 성경 묵상을 기초로 하며, 그 신학적 통찰과 영성은 이냐시오 성인의 ‘받으소서(Suscipe)’ 기도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이 죄를 지은 뒤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물으신다. ‘너 어디 있으냐?’(창세 3,9) 이때부터 비로소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시작되고, 이로써 오늘날 우리가 기도라고 부르는 것이 시작된다. (중략) “기도는 우리가 하느님 앞에 항상 서 있음,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면서 방해받지 않음, 우리 안의 온갖 장애물을 걷어 내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따르려는 우리의 굳은 의지(결의)일 것이다.”(27쪽)

슈파이어는 살면서 여러 신비 체험을 했는데, 지옥에 대한 환시, 천사들과 성인들에게 둘러싸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환시, 여러 성인·성녀들과 대화를 나눈 신비 등이 있다. 그녀가 의학을 공부했는데도 이른바 신비가가 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영적인 동반자였던 발타사르 신부는 “지금까지 슈파이어가 집필한 대부분의 작품은 성경을 깊이 묵상한 내용과 하느님의 말씀을 늘 새로운 관점에서 듣고 풀어내려 한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슈파이어는 자신의 신비 체험을 발타사르 신부에게만 알렸고, 그는 그녀의 신비 체험과 묵상을 기록했다. 지병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고, 말년에는 거의 실명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만큼 대부분의 저서 역시 발타사르 신부와 공동으로 작업했으며, 그녀의 책은 지금까지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하느님과 나누는 모든 대화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싸여 있다. 이는 사랑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말씀하신다면, 그분의 말씀은 사랑의 말씀이다. 기도하는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사랑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응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략) 그에게는 하느님의 사랑이 전부이므로, 그는 이 사랑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541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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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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