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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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지키는 길 ‘탈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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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서는 2021년 10월부터 매달 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고 삼척의 자연을 살리고자 전국 신자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이름으로 모인 시민들 중에는 오래전 고향을 떠났다가 망가진 삼척을 보고 다시 돌아온 이, 삼척과 연고가 없는 외지인도 여럿 포함돼 있다. 오롯이 삼척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10월 상업운전을 앞둔 발전소에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바다에 지어진 항만은 희고 아름다웠던 해변을 검게 물들였다. 기도하는 사람들 너머로 울부짖는 바다는 곧 삼척 사람들의 눈물, 우리의 눈물로 바뀔지도 모른다. 공동의 집 지구를 훼손하는 석탄화력발전의 암울한 미래를 살펴본다.


■ 인류 구원할 줄 알았던 석탄발전, 재앙이 되다

현재 국내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58기가 운영 중이다. 지역별로는 충남 29기, 경남 14기, 강원 7기, 인천 6기, 전남 2기가 있다. 석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달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막대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석탄발전의 탄소배출량은 같은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2배 이상이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발전소 58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연간 2억 톤으로 추정된다.

국내 총발전량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41.9로 발전 에너지원 중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주요 석탄 수출국인 호주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을 제외하면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다.

2019년 기준 석탄화력발전량은 중국(4876TWh)이 압도적으로 많고, 인도(1181TWh)와 미국(1070TWh), 일본(329TWh), 한국(246TWh)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량은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량(9914TWh)의 2.5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석탄화력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및 이를 생성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따라서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대표적으로 연료용 석탄을 보관하는 저탄장에서 석탄재(분진)가 날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2018년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인근 배추밭에서 키운 배추 안에 석탄재가 가득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10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간 570톤의 초미세먼지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운영기간 동안 대기오염물질에 의해 최대 1081명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후솔루션 발표도 나왔다.

인류를 구원해줄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던 석탄은 이제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살상무기라 여겨지며 사라지는 추세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영국은 석탄발전 비중을 5까지 줄이며 2025년 탈석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독일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발전량을 넘어서며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도 2018년 석탄 소비량이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 공동의 집 지키기 위한 탈석탄 여정, 신앙인도 동행해야

국내 탈석탄을 위한 움직임은 지역 주민과 시민들의 주도로 법 제정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지역의 자연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 지역 주민을 비롯해 삼척의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31일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민청원’을 진행해, 한 달 만에 5만 명 청원을 달성했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여정에 교회도 힘을 보탰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2020년부터 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펼쳤다. 대전교구는 지난해 9월 26일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거행하며 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는 미사가 끝난 뒤 청원서에 서명하기 위한 신자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주교단은 5월 16일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탈석탄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탈석탄법 제정을 비롯한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고자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바람은 간절했지만, 그 뜻은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쉽게 닿지 못했다. 청원서를 전달한 뒤 수개월 동안 법 제정은 진전이 없었고, 그 사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에 면담을 요청한 결과, 8월 17일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하 탈석탄법)이 발의됐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의 참여로 공동발의되기는 했으나 법 제정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은 “이제 신규 석탄발전을 취소할 수 있는 법안이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발의됐다”며 “만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 방관한다면 이는 국회가 5만 시민들의 청원 요구를 외면하면서,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회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정의당 강은미(아가타) 의원도 “탈석탄법 제정을 이끌 수 있도록 많은 국민들이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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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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