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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25)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용서와 구원 받으려는 인간의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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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구원의 실상은 어떤 모습일까?

러시아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만행은 역사상 가장 끔찍했다. 이 조직의 볼코노고프 대위는 동료들 한 명씩 돌아가며 심문당하고 오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이 이행했던 비밀문서를 들고 탈영한다.

신망받던 볼코노고프 대위가 탈영했음이 알려지며 즉시 NKVD의 맹렬한 추격이 시작된다.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이니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 민간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니던 그는 죽은 죄수를 묻는 무리에 동원되었고 그 자리에서 동료의 시신을 마주한다. 늦은 밤 환영처럼 그는 땅을 헤치고 나오는 동료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자신이 죽인 양심수 가족 중 단 한 명으로부터라도 용서받지 못하면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가 임무 중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범죄를 부인했고 갖은 고문을 당하다가 사형당했다. 당연히 대위는 그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부인한다고 생각하며 죄의식 없이 심한 고문을 했는데 그의 상사로부터 들은 실상은 달랐다. 실제 그가 죽인 정치범들은 누구 하나 씌워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었고, 그들이 죽은 이유는 예비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정치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기에 사상이 불분명한 사람들을 미리 처형했다는 것이다.

범죄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죄명이든 만들고 씌워 자신들의 가치나 정치노선을 지키는 수단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행된다는 사실에 공포가 다가왔다. 언제쯤 한 사람의 인격도 죄없이 다치지 않는 참 민주주의가 될까.

대위는 단 한 명으로부터라도 용서받기 위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가족을 찾아가서 사실을 고백하지만, 죄없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가족들은 어른은 물론 어린아이조차도 용서를 거부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들로부터 용서받고 구원받고 싶어 온갖 어려움을 뚫고 다음 가족을 찾아 나서지만, 이 여정을 알아챈 NKVD의 수사 책임자는 그가 만나려는 모든 가족을 가두어 버린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순간,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찾아 나선다. 용서받고 구원받고 싶은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마지막 순간 평온하게 삶을 마감한다.

영화는 스탈린 정권이라는 무소불위 그와 다른 어떤 것도 용납될 수 없는 체재에서도 인간의 구원에 대한 갈망을 막을 수 없음을 드러낸다.

많은 것이 가능한 오늘의 우리에겐 어떤 간절함이 있을까, 그것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할까. 신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신앙이 나의 삶과는 무관한 실천적 무신론자로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모습이지 않을까….

이 시대 우리들이 간절히 갈망하는 그것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평화와 미소를 짓게 하면 좋겠다.

8월 23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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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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