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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26) 오펜하이머

통제할 수 없는 기술,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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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

지난 8월 1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 과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다. 1938년 독일에서 핵분열 현상이 우연히 발견되고, 1년 후 독일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에서는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해 독일의 핵 개발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그는 로스앨러모스에 연구소를 세우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당대 수많은 과학자를 영입해 비밀리에 연구를 이어간다. 2년 후 원자폭탄이 완성되기 전에 독일의 항복으로 유럽에서의 전쟁은 끝나지만, 항복을 거부한 일본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리니티 실험을 통해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다.

실험의 성공에 대한 기쁨도 잠시 리틀보이와 팻맨이라는 원자폭탄이 실제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게 되고, 이때부터 오펜하이머는 너무나 강력한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후 더 강력한 무기인 수소폭탄을 반대하다가 개발에서 밀려나고, 공산주의자이자 소련의 스파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어 청문회에 불려 나가 온갖 수모를 겪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군비경쟁의 시대에 과학 기술은 전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기 개발로 빠르게 발전한다. 독일이 핵폭탄을 먼저 개발해서 어떤 나라도 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했고, 그래서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기술과 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자폭탄이 실제로 사용되고 그 위력이 확인된 이후 인류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고 공멸에 다다를 수 있는 그런 무기를 불안하게 가지게 된다.

핵무기의 공포는 멀게 느껴지지만, 인류의 공포는 핵분열을 이용하는 다른 기술인 원자력 발전 사고로 구체화하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싸고 안전하게 보였던 에너지 기술이 통제를 벗어날 때 씻을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이 시작된 요즘 방사성 물질이 희석되었다고는 하지만 장기간 바다에 방류되었을 때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고, 바다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더 이상 먹지 못하는 시대가 올까 걱정이 앞선다.

인간은 하느님이 주신 자유의지로 문명과 기술을 발전시켰고, 지금의 시대에 이르렀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것과 함께 그로 인한 환경의 파괴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공동선과 생태적 회복을 우선에 두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 시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8월 15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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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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