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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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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시행키로 한 환경부는 시행 3주를 앞두고 1년간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계도기간이 끝난 11월 24일, 여전히 음식점과 카페에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 시행을 재고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11월 7일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주체임에도 한국 정부는 최근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실행 철회,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 철회 등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환경부, 일회용품 정책 회귀하다

환경부가 11월 24일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은 집단 급식소와 식품접객업소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를 제공하면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었다. 또한 편의점, 면세점, 165㎡이하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종합소매업에서 비닐봉투나 쇼핑백을 사용할 수 없고, 체육시설에서 합성수지 재질 응원용품 사용 금지, 대규모 점포의 우산비닐 사용 금지도 정책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현장 혼란 최소화”를 이유로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단속과 종이컵 사용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기간도 연장했다.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며 환경부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은 우리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11개 종이 빨대 업체로 구성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가칭)는 11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를 믿고 종이 빨대 사업을 확대했던 중소기업들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계도기간을 연장하면서 2억 개가 넘는 재고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해 온 제주도의 경우, 환경부의 규제 합리화 정책 발표 이후 일회용컵 반환량이 30가량 줄었다. 일회용품 보증금제에서 이탈하려는 도내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소상공인이나 시민들에게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허탈감만 남겼다.

평소에 환경을 위한 실천에 열심이었던 직장인 이경은(28)씨는 “평소 일회용품을 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정부가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기는 것 같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쓰는 삶 바꿔야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세계 3위다. 1인당 연간 88kg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일회용품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생수 페트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로 조사됐다. 2017년과 비교하면 생수 패트병은 14,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57 일회용 비닐봉투는 16 증가했다. 따라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을 감축의 우선순위로 두고 이에 따른 강력한 감축 규제 및 이행이 필요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내 정책들은 해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에 따라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비닐, 음식 용기, 면봉, 음료 컵 등 10개 품목에 대해 판매가 금지됐으며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가 확대 시행됐다. 또한 2021년 1월부터 EU 회원국 국가별로 자국의 포장재 플라스틱 발생량에서 재활용에 사용된 플라스틱을 제외한 나머지 폐기물에 1kg당 0.8유로를 EU에 납부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캐나다는 2022년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법안 시행을 통해 비닐 봉투, 일회용 식품 용기, 플라스틱 빨대, 수저, 음료 묶음 고리, 음료 스틱 등 총 6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제조·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까지 6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제조가 금지됐으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판매 중지, 2025년부터는 수출을 금지한다.

더불어 EU 여러 국가와 캐나다는 플라스틱 로드맵, 플라스틱 성분 비율 규제, 재활용 원료 의무 사용 비율 규제를 마련하는 등 한국보다 구체적인 정책 및 대책을 시행중에 있다.

교회는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히고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우리 산업 체계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 끝에 나오는 쓰레기와 부산물의 처리나 재사용 능력을 개발하지 않았다”며 “순환적 생산 방식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며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의 최소화, 소비 절제, 개발 효율의 극대화, 재사용·재활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버리는 문화에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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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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