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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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요, 작은 일에도 잘 웃고 잘 울고…

수녀가 본 뮤지컬 ‘시스터 액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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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스터 액트’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달라요,  베일 밖 머리카락 나오면 안 돼요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1992년 큰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시스터 액트’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 뒤 쫓기는 신세가 된 삼류 가수 들로리스가 수녀원에 숨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엄격한 수도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던 들로리스는 성가대 지휘봉이 맡겨지자 저마다의 재능을 극대화한 파격적인 무대로 바꿔 놓는다. 성가대 공연은 교황까지 방문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지만, 동시에 들로리스의 위장도 들통 난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뮤지컬은 드물다. 게다가 실제 수녀원의 생활이 궁금할 수도 있는 만큼 입회하지 않았다면 ‘공연 덕후’가 됐을 한 수도자와 함께 관람해 보았다.

수녀 : 음악이 정말 좋네요. 무대 위 수녀님들의 공연에 저도 나가서 춤출 뻔했어요.

기자 : 아니나 다를까,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에서 음악을 맡은 알란 멘켄이 작곡했더라고요. 그런데 수녀님들도 그렇게 노래하고 춤추기도 하나요? 공연에서는 재즈, R&B 풍으로도 성가를 부르잖아요.

수녀 : 형식은 크게 제약받지 않아요. 어린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춤을 일부러 배우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건 선교나 찬양, 감사가 그 목적이죠.

기자 : 수녀원 방문했을 때 보니까 수녀님들 리액션이 정말 좋더라고요. 신기하게 공연 속 수녀들도 별로 안 웃긴데 까르르 웃고, 작은 감동에도 훌쩍이던데요?

수녀 : 맞아요, 저희끼리 박장대소했던 걸 밖에서 얘기하면 아무도 안 웃어요.(웃음) 뮤지컬에서 다음 날 공연 때문에 잠 못 이루며 침실에 모여 설레잖아요. 그런 모습은 참 비슷해요.

기자 : 그럼 다른 점은 어떤 거예요?

수녀 : 일단 고행을 위해 편태, 스스로를 때린다는 표현이 가사에 언급됐는데, 십자가상 예수님과 고통을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중세 때만 있었어요. 예비 수녀인 메리가 베일 밖으로 앞머리를 내렸는데, 안 됩니다. 가끔 수녀원에 피정 온 자매들도 물어봐요. 식사 도중에 잘못해서 보속의 의미로 음식을 빼앗기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경우도 없고요.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들로리스의 지휘로 흥겹게 찬양하는 성가대.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기자 : 아무래도 공연이니까 재미나 설정 차원이겠죠. 그런데 잘 때도 베일을 쓰나요?

수녀 : 아니요, 수녀들 머리카락도 잘 땐 숨을 쉬어야죠.(웃음)

기자 : 가톨릭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바울, 프란시스 등 개신교 표현이 많아서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점도 보이더라고요.

수녀 : 네, 가톨릭 자문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옥에 티였어요. 교황 바오로 6세라고 하고, 화면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기자 : 작품의 배경인 1970년대 후반보다 교회 밖은 훨씬 즐길 거리가 많아졌잖아요. 들로리스처럼 수도원 안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수녀 : 답답함은 화려한 바깥에 있느냐, 수녀원 담장 안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 듯해요. 수녀원 안에서 단순한 게임에도 깔깔깔 웃는 수도자들이 있고, 거리에서 원하는 대로 즐겨도 답답하고 힘든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왜 여전히 지켜야 하는지’ 식별하기보다 ‘그냥 지금까지 해 왔으니까’라고 강요할 때 답답하긴 해요. 운동을 좋아하는데, 검도나 수영을 못하는 것도 아쉽고요.

기자 : 그보다 훨씬 큰 기쁨이 있기 때문에 수도생활을 하시는 거겠죠? 이 작품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할 것 같습니다.

수녀 :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뮤지컬을 보고 생각났던 성경 구절이에요. 뮤지컬처럼 사람은 관계를 통해 사랑받고 깨지기도 하면서 참다운 자신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들로리스 때문에 정돈된 수도 생활에 균열이 생겼다며 괴로워하는 원장 수녀님에게도 그 혼돈 사이로 빛이 비쳐오겠구나 싶었고요. 하느님은 때로 불편함 안에서 일을 하시니까요. 그리고 수녀님들의 공연을 보고 성당 건물을 사려던 사람이 그 돈을 기부하는 장면에서 결국 가장 좋은 선교는 ‘기쁘게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각각의 인물이 되어 내 안의 다양한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EMK뮤지컬컴퍼니가 국내외 창작진, 배우들과 함께하는 ‘시스터 액트’는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한 뒤 국내 15개 도시를 투어할 예정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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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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