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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인간 탐욕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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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어린시절 한번쯤 들어봤을 동요 ‘따오기’(1925). 1960년대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따오기는 “따옥 따옥” 우는 소리가 처량해 동요에 등장하며 한국인에게 익숙한 새가 됐다. 하지만 따오기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968년에는 천연기념물로, 2012년에는 절멸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됐다. 따오기는 2019년 기준으로 한국에 363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서식지 감소와 먹이부족, 화학물질로 오염된 먹이를 섭취하면서 개체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오기뿐 아니라 독도 강치라 불렸던 바다사자, 산 곳곳에서 목격됐던 호랑이를 볼 수 없게 된 지금, 사라진 생물들이 인간에게 전하는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생물다양성 보전, 왜 중요한가

1989년 세계자연보호재단은 생물다양성을 ‘수백만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담고 있는 유전자, 그리고 그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 등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이라고 정의했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구의 생물다양성 규모는 1300만~1400만 종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는 동물과 식물, 균류, 박테리아가 모두 포함된다. 각자 자리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던 생물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최근 몇십 년 사이에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공룡이 멸종했듯 생물 종들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 생물들의 대량절멸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등 자연적인 이유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인간에게서 비롯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관다발식물의 경우 해마다 평균 1종이, 척추동물은 100년마다 약 90종이 자연스럽게 절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6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약 400년간 고등식물은 584종이, 동물의 경우 488종이 절멸한 것으로 기록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물들이 절멸했던 것보다 최근 들어서 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지금 수준의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서식지 감소와 파괴, 과다수확, 기후변화 등 인간에 의해서 벌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열대우림 절반이 사라졌다. 자연생태계가 인간을 위한 농경지, 조림지, 방목장으로 전환되면서 그곳에 살았던 야생동·식물들이 살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의 경우 파괴적인 어로방법이나 과도한 어획, 연안 개발 등 인간의 활동으로 산호초 60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인간의 과도한 사냥과 수확은 동물 개체 수 감소를 가속화했다. 최근에는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큰 규모의 가뭄, 홍수, 태풍이 잦아지면서 생물 개체 수가 줄어들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구에 생물들이 사라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생물다양성 수준에 비해 2050년의 생물다양성이 10~15 감소할 경우 매해 500억 유로(70조9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피해로는 의약품 절반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멸종돼 건강 및 복지 문제가 야기되고, 산호초 파괴로 인해 어업과 관광에 큰 피해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마다가스카르 마소알라 국립공원의 경우 427만 달러 가치의 식량, 약품, 건설 자재를 제공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열대우림은 매년 4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생태계 보전 동참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약 65가 산지다. 서남부 지역에는 평야지대가 있고 남서해안에는 3000여 개의 섬이 있어 생태적 환경이 다양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평균 기온도 남해안 지역 14℃에서 북부 산악지역 5℃에 이르기까지 변이가 심할 뿐만 아니라 연평균 강수량도 남해안 지역 1400㎜에서 북부 400㎜까지 지역적으로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지역은 난대성 기후지대인 반면 백두산 일대의 북부 고산 지역은 한대 및 고산 기후지대로서, 다양한 기후지대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생물은 5만6248종(2021년 12월 기준)이다. 이중 포유류, 조류, 어류, 곤충류가 포함된 동물계가 3만2273종, 식물계가 8156종이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은 2206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미는 120종으로 영국이나 핀란드(40여 종)의 3배에 이른다. 관다발 식물도 4606종으로 영국(1500여 종)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우리나라는 국토의 11.2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 유네스코(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녹색목록에 등재된 설악산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산양을 포함해 담비, 무산쇠족제비,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들과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인 설악산이 위기에 직면했다. 산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설치가 결정된 것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은 지역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였다.

환경·시민단체가 설악산 생태계 보전을 위해 40년간 반대해온 사업이 단 10일의 검토로 결정되자 녹색연합은 “국가는 헌법 제35조에 따라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제120조에는 국토와 자원이 국가의 보호대상임을 천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경당국인 환경부는 자신들이 지정·관리하는 최상위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며 소송인단을 모집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로 몇 종의 생물이 사라질지언정 당장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른 선택이 가져온 참극들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 설악산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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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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