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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만난 하느님, 느낌 대로 그립니다”

복음화전 연 안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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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선 신부가 작업실에서 자신이 그린 ‘치유받은 바디매오’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주 그림강론
10점 보완해 전시 선보여
고국 필리핀과 한국 문화 영향
배경, 풍요롭고 다채로운 색깔
인물, 한국 수묵화처럼 흑백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재선 신부의 복음화전 ‘엑세제시스’가 15일까지 경기 의정부시 시민로 갤러리 평화에서 열린다. 말 그대로 복음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한 ‘비주얼 주해(Exegesis)’다. 선교회 웹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서도 미술사목을 진행하고 있는 그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위치한 선교센터에서 만났다.

“어릴 때 TV에서 한국 영화를 봤지만, 한국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신학교에서 여러 성지를 알게 됐는데, 한국에는 필리핀 신부가 거의 없다고 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교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을 선택했어요. 같은 아시아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많이 다르거든요. 이미 아는 지식과 모습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통해서 신비로운 하느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재선’이라는 이름만 보면 한국인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는 2012년 필리핀에서 왔다. 선교회에서 본명 ‘안티케라 제이슨’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서 선함이 지속되라는 뜻을 더해 ‘안재선’이라 부르게 됐다. 하지만 한국어를 한마디도 모른 채 우리나라에 온 안 신부에게는 여전히 언어의 장벽이 높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던 그에게 필리핀과 한국의 다른 문화 역시 시각적으로 먼저 다가왔다.

“필리핀의 성당 안에 있는 작품들은 강렬하고 밝은 색깔이 들어가요. 아마도 과거 300년간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 기 때문일 거예요. 반면 한국의 성화는 온화한 색이 많아요. 흰색, 크림색 등 파스텔 톤이 많아서 평화로움이 느껴져요.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성당에 들어가면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있죠. 저한테는 한글도 그림 같아요. 서예를 봐도 그렇고, 예쁘고 멋져서 즐겁게 한글을 쓰고 있습니다.(웃음)”

 

엠마오로 가는 길, 2023년.

 


안 신부는 사목할 때도 자신의 탈렌트를 접목했다.

“제주교구에서 본당 사목할 때 함께 미술활동을 하면 신자들의 얼굴에 기쁨이 이는 게 보였어요. 그림이 신자들에게 특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지난해부터 매주 그림강론을 하고 있어요. 글로 된 묵상도 좋지만, 긴 텍스트보다 한 장의 이미지는 어떨까!”

홍익대 평생교육원에서 2년간 그림을 배웠지만, 그는 일상에서 만나는 하느님과 신앙을 느낌 대로 그린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강론 가운데 10점을 선보인다. SNS 등에 빠르고 단순하게 표현했던 이미지를 꾸준히 보완한 것이다. 대부분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인물화는 복음 말씀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은 데다 반 고흐나 뭉크의 작품을 보는 듯도 하다.

 

 

 

좋은 목자, 2023년.




“맞아요, 성경의 이야기를 제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에 접목한 거예요. 그리고 이 그림들은 제 생각과 경험의 요약이에요. 배경은 풍요로우면서도 강렬한 색깔인 반면 인물은 흑백 같은 느낌이죠. 배경은 어릴 때 고향에서 본 서양 미술에서 나왔고, 인물은 수묵화처럼 한국에서 받은 영향인 것 같아요.”

선교회 꼭대기 층에 자리한 자그마한 작업실은 어지럽게 놓인 캔버스와 물감, 붓들로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삶처럼 밝고 화려하고 때로는 어두운, 다채로운 색과 선으로 가득한 그림들은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기쁨을 선사했다.

전시는 15일까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 사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31-949-9153, 갤러리 평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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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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