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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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필요한 생산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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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아래 겨울을 보내며, 올해는 몇 년 전 입었던 두꺼운 패딩 점퍼를 꺼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겨울 날씨가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과 수입을 추진한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이상기후로 출하량이 줄어든 사과가 금값이 됐기 때문이다. 설원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를 못하게 될 수도, 국산 사과를 구하기 어려운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긴박한 기후위기 문제를 우려하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생명을 선택하자, 미래를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남아있다. “덜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줄이며 현명하게 소비하려고 노력”(「하느님을 찬미하여라」 71항)할 때,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구를 위한 현명한 소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 땅과 바다 살리며 생산된 먹을거리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것 중 하나가 먹을거리다. 하루에 세 번,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밥상에 오르는 쌀밥 한 그릇이 유전자가 조작된 종자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가득 뿌려 완성된 음식이라면 과연 나의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 농축산물의 건강과 땅의 건강, 소비자의 건강을 모두 고려한 생명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생산된 농축산물에 대한 친환경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인증은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유기축산물, 유기가공식품, 무농약원료가공식품, 비식용유기가공품(유기사료) 취급자인증을 포괄한다.

이때 유기농산물은 농업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 및 보전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경작원칙을 적용해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작물 돌려짓기(윤작) 등 유기재배 방법에 따라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 무농약농산물은 유기농산물과 같은 경작원칙과 함께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권장 성분량의 3분의 1 이하로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재배방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이다. 둘 다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유기인증을, 화학비료를 최소화한 것은 무농약인증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기준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는 2만4906호이다. 무농약농산물은 2만5816호 농가에서 생산하고 있다. 출하량은 44만6781톤이다.

유기축산물인증은 100 유기사료를 급여하면서 항생제·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는 축산물을 기준으로 한다.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축산물을 원료로 해 합성물질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적인 방법으로 제조 가공한 가공식품을 말한다. 이때 유기농축산물을 95이상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에 한해 ‘유기’ 표시가 가능하며 70 이상 사용한 경우 주표시면에 ‘유기 70’를 표시할 수 있지만 ‘유기’ 표시는 불가능하다.

수산물도 친환경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유기적인 방법으로 생산되거나 식용으로 어획된 수산물의 부산물 또는 식용이 가능한 수산물로 구성된 사료를 급여한 경우 유기수산물로 인증한다. 항생제, 합성향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경우 무항생제 수산물 인증을 받는다. 화학물질이나 활성처리제(병해방제용 물질)를 사용하지 않고 양식된 수산물인 경우에는 활성처리제 비사용 수산물(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 대상)로 인증한다.


■ 한우, 탄소배출 확인 후 구입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가축은 소, 돼지, 닭 등 총 2억 마리 정도다. 이 중 소는 380만 마리로 2에 불과하지만,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소는 트림이나 방귀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데,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21배 높게 유발하는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2015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전 지구 메탄가스 총배출량 가운데 소의 메탄이 기여하는 비중이 4다. 또한 가축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310배 높은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축산물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지난해 6월부터 한우를 시작으로 시범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농축산물이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저탄소 축산기술을 활용해 해당 품목의 기준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농축산물을 말한다. 농산물은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나 축산물은 저탄소 축산기술 등 인증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기준이 마련되면서 소비자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축산물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인증기준에 따르면 유기축산물, 무항생제축산물, 농장 해썹(HACCP), 동물복지 축산농장, 깨끗한 축산농장 등 위생·안전, 환경 관련 인증을 1개 이상 받은 한우 농가만 저탄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가능 농가 중 정부가 인정한 축산분야 탄소감축기술을 1개 이상 적용해 온실가스를 축종별 평균 배출량보다 10 이상 적게 배출한 경우 저탄소 축산물 인증농장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저탄소 인증 한우농가 71호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양돈·낙농까지 확대해 인증농가를 150호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농
지구환경·농축산물·소비자 건강성에 초점 맞춘 기준으로 농축수산물을 분류해 생산·유통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유기재배 생산/합성농약 미사용/화학비료 미사용

무농약농산물
유기재배 생산/합성농약 미사용/화학비료 최소화

유기축산물
100 유기사료/항생제 미사용/호르몬제 미사용



■ 교회가 인증한 생명농축산물

정부의 친환경농축산물 인증(2001년)에 앞서 1994년, 한국교회는 일찍이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세우고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실천했다. 유기순환 농업의 생태계를 만들고 도농 교류를 통해 생명농업을 지키고 확산시키는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본부의 주체인 가톨릭농민회는 생산규정을 두고 기준에 적합한 농축수산물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생산 기준은 지구환경·농축산물·소비자의 건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잡곡의 경우 모든 종자는 유기농산물인증 기준에 합당해야 한다. 또한 유기순환적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다품목·소량 생산에 적합한 작목과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잡초나 병충해 예방을 위해 농약사용이 아닌 논·밭 전환윤작 방법을 권한다. 과채류의 경우 무농약 재배 이상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모든 과채류는 항생제, 생장조절제 사용이 금지되며 사과와 배, 복숭아 등 병충해에 취약한 과실의 경우 화학합성 농약방제 횟수를 최소한으로 정해두고 있다.

우리농 한우는 건강한 소 사육을 위해 농가당 최대 12개월 이상 소 20마리를 키우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자급사료도 무농약 이상 농사부산물, 자가 또는 지역 농사부산물로 생산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 축사 농기계 기구 청결을 비롯해 친환경 깔짚 사용, 오폐수 유출 방지 등 축사관리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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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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