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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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교 4색, 다른 듯 같은 ‘이 시대를 사는 법’

중창단 활동하는 4대 종단 성직자가 함께 펴낸 행복 담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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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성진 스님·김진 목사·하성용 신부·박세웅 교무

불광출판사




평범한 노래 실력에 비해 어디서나 환대받으며, 거짓말을 조금 보태 아이돌 뺨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중창단이 있다. 바로 4대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방송 출연을 계기로 지난 2022년 중창단을 결성한 하성용 신부(천주교), 성진 스님(불교), 김진 목사(개신교), 박세웅 교무(원불교)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평화의 노래를, 빈곤의 한가운데서 풍요의 노래를, 질병의 한가운데서 치유의 노래를 부르길 꿈꾼다. 모든 종교가 말하는 궁극의 가치 때문일까, 이들은 벌써 60여 차례 각종 방송이나 공연, 강연 등에 참여했고, 내친김에 책까지 펴냈다.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4대 종교인의 생각을 담은 행복 담론집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성진 스님


성진 스님 : 불교에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따로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이 세상의 수많은 존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결국 행복은 ‘참 인간성에 대한 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 목사

김진 목사 : 예수님이 ‘팔복선언’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요. ‘세상에서는 부자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선포하신 거죠. 외부에서 오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에 의한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하성용 신부

하성용 신부 : 같은 그리스도교니까 비슷하지만, 천주교에서는 ‘더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 그 순간부터 행복은 시작되죠.


 
박세웅 교무

박세웅 교무 : 늘 세 분의 말씀을 종합하면 원불교에서 하는 얘기입니다.(웃음) 표현만 다를 뿐 지향하는 점은 같아요. 원불교에서 행복은 한 마디로 은혜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이고, 그걸 알게 돼 감사하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4대 종교인이 말하는 행복은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다. 절대자의 이름이 다른 것처럼 각 종교의 교리나 교칙도, 개인의 성향도 다르지만, 모든 종교와 성직자가 지향하는 바는 같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이들은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까지 종교는 물론이고 국적이나 피부색의 다름을 떠나 사람으로 살다 보면 맞닥뜨리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노래하듯 풀어낸다.



하성용 신부 : 저 혼자라면 노래도, 출간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분명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게 개인의 불행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병들어가는 문제라서 충분히 감사하고 충분히 행복할 만하고, 용기를 내면 함께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진 목사 : 다른 나라에서 시도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4대 종교인이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활자화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사용하는 단어도 종교적인 내용에 국한되어 있고, 자기 종교 안의 말을 듣는 데 집중하는데, 만남중창단은 되도록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종교성, 인간의 영성을 움직일 수 있는 언어를 지향하고 있어요. 독자들이 일상에서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의의가 아닐까 합니다.



성진 스님 : 한국 사회는 그래도 종교 간에 대회가 활발한 편이지만, 서로 다른 믿음은 어색할 수 있거든요. ‘제발 싸우지 말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못 불러도 우리가 모여 노래하는 모습 자체를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요. 더 나아가 우리의 대화를 책으로 엮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노래 부르면서 쉬는 시간에 나눈 대화들인데, 내 평생에 한 주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분의 생각을 이렇게 많이 들어본 적은 처음이에요. 종교인들은 모든 말을 정답처럼 하지만, 사실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죠. 제가 틀려도 한 분의 말이라도 맞으면 이 책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세웅 교무 :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님이든 그분들이 종교를 만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통 속에서 벗어나 해탈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것이 종교의 본질이기 때문에 저희가 나눈 담론은 결국 종교인들이 가야 할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한 길을 가는 데 있어서 모든 종교인이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길을 보여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만남중창단


‘만남중창단’
 2022년 결성해 평화의 노래 불러  
 복지관 양로원 등 행사에서 공연
 유엔 무대와 이슬람 함께하길 희망



1월에도 만남중창단의 일정은 빡빡하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가 하면 26일에는 서울 마포구 청소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에서 북콘서트도 진행한다. 10일에는 종로구어린이청소년오케스트라가 제주아트센터에서 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데 만남중창단이 바람잡이로 함께 무대에 서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단원들이 이번 기회에 제주 문화체험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중을 만나면서 봉사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복지관이나 양로원 등을 찾으며 꾸준히 활동해 왔고, 이번 책의 인세 수익도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만남중창단은 무대에서 주로 가요나 팝송을 부른다. 각자의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다. 이렇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는 음역대와 성량이 제각각인 이들이 이른바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자세이자, 공존하는 수많은 다름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작은 울림을 선사한다.



김진 목사 : ‘다름’이 제가 이 모임에 참여하는 동기이기도 합니다. 다름이 서로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힘이고, ‘다름이 아름답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거든요. 문화적인 차원에서 모두 정말 다른 종교죠. 개인적으로 다른 종교에 대해 꽤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활동을 통해 또 새롭게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재미와 의미를 느낍니다.



성진 스님 : 저희 꿈이 좀 발칙한데, BTS 다음으로 UN에 가서 노래하는 겁니다.(웃음) 중창단 활동을 하면서 ‘이해가 안 돼도 최소한의 매너가 있으면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이슬람도 함께하려고 이태원에 있는 분들과 식사도 하고 이맘님도 만났는데, 종교의 특성상 당장 같이 하지는 못했어요. 현실적으로 저희 네 명 노래 맞추는 것도 힘들어서 서둘러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UN에 갈 때는 이슬람 관계자도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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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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