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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45) 길위에 김대중

진영논리 깬 그의 지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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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 2항으로 민태원의 청춘에 대한 예찬처럼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살며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목숨값으로 지켜지고 있으니 슬프나 아름답고 고귀하다.

하의도에서 목포로 유학 온 섬 소년은 목포 상고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 후엔 해운업을 시작하여 목포에서 제일가는 회사의 CEO로 우뚝 선다. 정치를 몰랐다면 그렇게 정주영 회장처럼 재벌로 기억되었을 인물인데 해방 후 좌익과 우익 싸움으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죽어 나가는 가엾은 민중을 보면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다. 깨어있는 젊은이라면 어떻게 그 상황에서 돈만을 좇을 것인가.

하지만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 박정희 대통령과 표를 겨루며 정치를 이어간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다섯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사형수로, 네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지고 세 번의 대선에서 낙선한다. 표 차이는 미미했고 부정선거의 증거도 차고 넘쳤지만, 상황을 뒤엎을 수는 없었다. 그 후 납치되어 살해 위협도 받고, 투옥되었다가 풀어주는 조건으로 국외 망명의 시간도 보냈지만 돌아오자마자 가택연금이라는 모진 세월을 겪었다.

다큐멘터리 ‘길위에 김대중’은 우리가 걸어온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쉽게 빠지는 진영논리를 넘어서게 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 하는 구분이나, 감정적인 명분보다는 무엇이 이 상황에서 국민에게, 국익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느냐를 헤아리며 대화로 설득하는 그의 모습이다. 벼룩을 이유로 초가삼간마저 태우려는 동료들을 향해 간절히 국민에게 도움이 될 선택을 하자고 호소한다. 결과는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적으로 몰려 거부당하곤 했지만, 세월이 흘러 당시를 바라볼 때 그의 선택은 옳았고 필요했다. 기분이 나쁘면 쉽게 더 중요한 것도 잊어버리는 우리의 약함이 당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지금의 현실에서도 보게 되니 안타깝다.

먼저 살다 간 분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것은 그분의 삶을 평가하는 면도 있지만 그분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귀한 경험과 더불어 객관적인 시선으로 더 이상 같은 어리석음을 걷지 않고자 하는 바람일 거다.

칼자루를 쥐었던 사람이나 칼날을 쥐었던 사람이나 다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선한 것이, 진실한 것이, 순리대로 사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87년 대선 이전까지의 상황이 당시 사진이나 영상, 육성, 자료 등을 통해 보여지고 배우 장현성의 내레이션으로 두 시간이 넘게 이어지는데도 지루함이 없다. 진실은 힘이 있다.

주어진 소명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이인들 쉽다고 할 수 없지만, 그는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누군가 함께 걷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다 걷고 이제는 웃으며 쉬고 있을 것 같아서 좋다.

1월 10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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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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