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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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미술 토착화 이끈 최종태 작가 기증작품전... 운보 김기창 화백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굵직한 전시 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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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브론즈.

 


사순 시기를 맞아 가톨릭 미술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굵직한 전시회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잇따라 개막했다.



① 최종태 작가 기증작품전
조각·회화·드로잉 등 155점 기증
한국 전통 미감 독자적으로 현대화
시기·장르별 주요작 만날 수 있어


먼저 한국 조각계 원로 최종태(요셉) 작가의 기증작품전이 시작됐다.

1932년생인 작가는 시민들이 자신의 작품과 늘 함께하기를 바라며 올해 초 155점을 엄선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기증했다. 1970년대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성모상, 성모자상, 십자가상 등과 함께 인간, 특히 소녀와 여인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온 채색 목조각과 회화, 최근의 드로잉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의 시기별, 장르별 주요작을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최종태 작가가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 작가는 “나의 예술은 종교를 만나서 오랜 세월 함께 잘 지냈다”며 “젊어서는 소녀상을 만들었고, 뒷날에는 성모상을 만들었고, 90을 바라보면서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 “이제는 내 안에서 나의 예술과 종교가 하나가 되는 듯싶다”며 “이 시대 가톨릭 미술 토착화의 문제는 나에게 닥친 숙명적인 과제였던 만큼 (이번 기증이) 아무쪼록 한국 종교미술 발전에 작게나마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영원을 담은 그릇’이란 제목으로 열린 개막식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해 대한민국예술원, 서울가톨릭미술가회 등 문화예술계 원로들이 대거 참여했다. 정 대주교는 축사에서 “현대 조각계 원로이신 최종태 선생님의 작품은 이제 예술가 개인의 역사를 넘어 서울대교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역사로 함께 기록될 것”이라며 “최종태 선생님의 작품 기증이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여러분이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성모자, 나무에 황토, 2018.

 

성모자, 나무에 채색, 2014.

 

 


 

 

 

성모자, 스테인드글라스, 1994.

성모, 종이에 먹과 수채, 2016.

 


일제강점기와 6ㆍ25 전쟁을 경험한 최 작가는 격변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삶과 종교, 예술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탐구해왔다. 또 이를 구현함에 있어 평면과 조각,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 현대조각 내 또 하나의 흐름으로 가톨릭교회 조각이 현대화, 토착화될 수 있도록 앞장섰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김종영(프란치스코) 교수의 지도로 조소를 전공한 최 작가는 1958년에 세례를 받고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교회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박물관 초입에 세워진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1973)’이 그가 제작한 수많은 교회 조각의 출발점이며, 주교좌 명동대성당, 한강성당,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 등에 많은 성상을 제작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계승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서구의 정형화된 성상 일색이었던 우리나라 교회 미술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에게 있어 종교미술은 인간의 본질을 찾기 위한 평생의 노정이자 작품을 통해 추구한 인간 정신의 궁극이며, 특정 종교를 넘어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작업이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작가의 이러한 작품세계와 숭고한 기증 정신을 시민사회와 나누고자 박물관 지하 1층에 101㎡ 규모로 ‘최종태 기증전시실’을 따로 조성하고, 150여 점의 기증 작품을 지속적으로 교체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개막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사순 시기를 맞아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십자가의 길’, ‘막달레나의 슬픔’, ‘피에타’ 등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또 작가화, 토착화, 현대화된 ‘어머니와 어린이(성모자)’를 감상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소재와 재료,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한 결과물들도 확인할 수 있다.





갓 쓰고 바위산에서 기도하는 예수님

② 김기창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
선녀 모습 천사, 한복 입은 성모…
종교미술 토착화 대표 사례 꼽혀
총 30점 중 판화본 28점 선보여


 

 

김기창 작,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기도.운보문화재단 제공

 

 


운보 김기창(베드로, 1913~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판화 연작은 사순 시기를 맞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지하 2층 기획전시실에 처음으로 소개되고 있다.

모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가 교육적, 사목적 목적으로 약 2년에 걸쳐 매입한 판화본으로,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판화 총 30점 가운데 ‘이집트로의 피신(마태 2,13-15)’,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요한 20,13-18)’을 제외한 28점이다.

작가는 6ㆍ25 전쟁 당시 전북 군산에 있는 처가로 피란을 갔다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수난이 전쟁 속 우리 민족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 한국적 성화를 제작했다.

김 작가는 1952년부터 연작을 작업하며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성화 작업에 몰입해 1년여 만에 ‘성모영보’를 시작으로 ‘그리스도의 승천’까지 총 30점을 그려냈다. 선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 아기 예수가 탄생한 구유 주변으로 보이는 초가집,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 마리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 그리스도는 마치 조선 시대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덕분에 이 연작 시리즈는 한국 종교미술 토착화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한편 작가는 7세에 열병을 앓은 후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었으나 예술을 통해 자신은 물론 현실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농아복지재단을 설립해 농아학교와 직업훈련소를 마련하는 등 희생과 봉사로 한평생을 살았다.

개신교 신자였던 작가는 아내 박래현 화백과 얻은 막내딸이 사랑의 선교 수녀회에 입회한 것을 계기로, 그의 나이 일흔 살에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기도 했다.
 

 

 

김기창 작, 십자가의 길. 운보문화재단 제공

 


‘심연에서 만난 빛’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재의 수요일인 지난 14일에 시작돼 성토요일인 3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자신의 장애를 ‘신에게 선택받은 상실’이라 표현한 것처럼 김기창 화백은 절망 가운데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에 이르는 희망의 소리를 듣고 실천했다”며 “작가가 침묵의 심연에서 희망의 빛을 밝혀냈듯 우리 교우들도 이 전시를 통해 빛이신 그분을 향해 다가가는, 희망의 사순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 전시는 박물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3147-2407,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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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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