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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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248) 라이즈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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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무엇일까? 모두가 싫어하는 고통을 성녀 소화 데레사는 달라고 했다. 마조히스트도 아닌데 그런 것을 보면 젊었지만, 고통이 지닌 힘을 아셨는가 보다.

많은 백조 속에서 완벽에 가까이 우아한 독무를 하던 엘리즈가 착지를 하다 발을 접질린다. 공연 전 본 남자친구와 동료의 스킨십이 마음을 흔들었고, 집중이 안 된 탓인지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사고의 결과는 가볍지 않았고 앞으로 발레를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것이 그렇지만 발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것만을 준비해 온 경우가 많다. 연인도 잃고 꿈도 잃은 엘리즈, 참 암울한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무조건 지지해주던 엄마도 돌아가셨고 교수인 아버지는 연구 발표할 무언가로 바쁘시단다.

막막한 그녀는 곁에 있던 좋은 분에게서 귀한 말을 듣는다. “몸만 믿고 인생을 설계하면 안 돼. 발레리나는 35세가 되면 은퇴를 생각해야 하거든.” 그렇다. 요즘 더욱 그런 시대가 되었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생 전체를 준비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무언가를 다시 선택하게 되었지만 예상했던것보다 좀 더 빨리 상황이 바뀌었다고 여긴다면 기회일 수도 있다. 주변이 멈춘 것 같으면 무리하게 무엇을 하기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것도 지혜이고, 혜안을 얻는 길이다. 우리를 믿는 하느님의 시선도 느끼며.

딱히 할 일이 없던 엘리즈는 친구로부터 파리를 떠나 바닷가 큰 펜션으로 얼마간 출장 요리를 가는데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고 따라나선다. 은총일까! 바닷가 펜션에서 이들이 음식을 해주게 된 이들은 현대무용을 하는 그룹이었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공중에서 춤추어야 하는 발레와 달리 이들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되는, 온전히 자기감정과 몸에 충실하면서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덧씌우지도 않고 거두어내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펜션 주인인 노부인은 주방을 돕는 엘리즈에게 “좀 괴로워 보는 것도 좋아.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며 따스하게 말을 건넨다. 얼마나 위안이 되는 말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 같은 젊은이에게 인생은 그것보다 더 크고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잔잔히 일깨워주는 긴 세월을 산 이의 지혜가 귀하다.

친구와 노부인의 권고로 무용팀에 합류하게 된 엘리즈는 새로운 경험 세계로 들어간다. 하얀 발레복이 아니라 헐렁한 티셔츠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바닥을 뒹구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온몸과 맘으로 소리치는 엘리즈는 그렇게 동료들과 같이 살아난다. 역경이 엘리즈에게 진짜가 되는 기회를 준 것이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 맞다. 일어섬이 중요하다. 우리는 과정을 가고 있다.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걷고 있다. 때로 쉬어야 한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서서 가는 거다. 도착할 때까지.

1월 17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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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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