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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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로 쓰였던 노트르담 대성당… 장발장 만난 미리엘 주교는 실존 인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미제라블’ 속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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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 
중세 건축물의 위상 상세히 기술
파리 시민들 성금 모아 성당 복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성당의 종들’ 장면. (주)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미리엘 주교의 자비에 감동하는 장발장. (주)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인기 뮤지컬이 나란히 국내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미제라블’이다. 각각 1831년, 1862년에 출간된 동명의 장편소설은 연극,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주되며 지금껏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가톨릭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레미제라블’에 미리엘 주교가 특급 조연으로 등장한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프롤로 주교가 주요 인물로 출연한다. 하지만 두 주교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결이 전혀 다르다.

‘레미제라블’에서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친 죄로 복역하다 19년 만에 가석방된 장발장은 늘 불합리한 대우와 멸시를 받는다. 그런 그를 미리엘 주교만이 인간답게 대해주며 하룻밤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를 내어준다. 하지만 장발장은 주교관의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다시 투옥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주교는 은식기를 선물로 준 것이라며 장발장을 구해주고, 은촛대마저 챙겨준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자비와 사랑에 감동하여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 장면은 프랑스의 남동부 디뉴(Digne)를 배경으로 하며, 미리엘 주교는 당시 디뉴에서 사목했던 미올리스(1753~1843) 주교를 모델로 한다. 뮤지컬에서는 짧게 표현되지만, 원작 소설의 첫 장에 상세히 기록된 미리엘 주교의 청빈하면서도 자비로운 모습은 장발장의 남은 삶을 관통한다.

반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 2019년 화재로 크게 훼손돼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복원이 한창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다. 추한 외모를 지닌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세속적인 욕망에 휩싸인 프롤로 주교 등을 통해 15세기 불공정한 사회상과 다양한 인간군상을 묘사한다.

무대에는 대성당의 벽면을 나타내는 길이 20m, 높이 10m에 달하는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종, 임마누엘도 등장한다. 의아한 점은 주교좌 대성당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훼손되어 있고, 콰지모도나 집시들이 벽면을 타기도 한다는 것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19세기에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다.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종과 조각은 파괴됐고, 스테인드글라스도 무색 유리로 대체됐다. 이후에도 성당은 창고로 쓰이는 등 크게 파손돼 철거까지 거론됐다.

그때 성당을 살린 인물이 바로 위고다. 그는 시대와 사회를 고발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전체적인 내용과는 달리, 책의 3부에 대성당의 건축적인 의미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세월과 정치·종교 혁명, 건축양식의 유행에 의해 성당이 크게 훼손된 것을 지적한 뒤, 이 성당과 도시 파리의 상호적인 아름다움, 나아가 인류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중세의 건축물이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한다. 이러한 호소를 문학에 삽입함으로써 다양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당시 소설의 인기로 재조명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대대적인 모금 운동을 거쳐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뒤크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레미제라블’(1985년 런던 초연)과 ‘노트르담 드 파리’(1998년 파리 초연)는 ‘성 스루(Sung Through) 뮤지컬’로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이 전개되는데, 인기 넘버(곡) 가운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웅장한 오프닝 곡 ‘대성당들의 시대’와 ‘레미제라블’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도 비교해서 살펴볼 만하다. 종교 중심의 사회를 대변하는 ‘대성당들의 시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라는 가사로 시대의 변화를 예고한다. 반면 ‘그를 집으로 인도하소서’에서는 나이 든 장발장이 혁명에 가담해 총에 맞은 마리우스(장발장의 양녀인 코제트의 연인)를 안고 “당신이 주신 그를 빼앗지 마옵시고 날 대신 데려가 청년을 집으로”라고 기도한다.

위고는 서른 살을 앞두고 「노트르담 드 파리」를, 예순 살을 앞두고 「레미제라블」을 썼다. 전작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청년의 기상이 엿보인다면, 「레미제라블」에서는 장발장처럼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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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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