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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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50) 파묘

드러나는 묫자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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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코헬 12,7)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주인공 무당 ‘화림’이 제자 ‘봉길’과 함께 미국 LA에 가서 이상한 대물림 병이 있는 집안 장손 ‘지용’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화림은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이라고 이장을 권하고, 지관 ‘상덕’과 장의사 ‘영근’ 함께 이 일을 맡게 된다. 네 사람은 의뢰인 지용과 묫자리로 향하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에서 양지바른 곳과는 거리가 먼 시커먼 숲 속에 방치된 음산한 기운을 띤 묘를 보게 된다.

상덕은 관째로 화장해 달라는 의뢰인의 이상한 요구에, 생전 보지도 못한 음택에 악지 중의 악지라며 잘못 건드렸다가 화를 입을 거라며 이장에 반대한다.

이에 지용은 아들 사진을 보이며 갓 태어난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화림은 대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하는 것을 제안하며 어렵게 상덕의 동의를 얻어낸다.

드디어 굿과 함께 파묘가 시작되고, 지용과 가족들은 멀리서 이를 지켜본다. 마침내 묻혀있던 향나무로 된 고급관을 꺼내 운구차에 관을 싣고 바로 화장터로 향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상덕은 비 오는 날에 화장을 할 수 없다며 영안실에 모셨다가 손 없는 날 화장을 하는 걸 제안하고, 지용과 가족들은 서울로 먼저 올라가고, 영근은 영안실에 관을 임시 안치시킨다.

영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영안실 관리자가 부장품에 욕심을 내어 관을 열게 되고, 그때부터 대물림 병을 앓던 이들에게 해코지가 시작되는데 네 사람은 유가족에게 허락을 받아 급하게 화장을 해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수상함을 느낀 영근이 수습된 묘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첩장된 관을 찾게 되면서 숨겨졌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영화는 조상의 묫자리가 자손의 길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통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에 호의호식하던 친일파와 그 후손들의 모습, 여기에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고 고유한 문화를 말살하고자 했던 일본의 만행이 어우러져 있고, 광복 79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깔려있다.

천주교에서는 세월이 지난 후 무덤에 안장했던 시신의 유골을 추려 납골당이나 다른 곳으로 이장할 때 면례(緬禮) 예식을 한다.(상장 예식 144항 이하 참조) 이는 풍수지리를 따지는 전통보다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하느님의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는 부활 신앙을 바탕으로 한다.

죽은 이들은 우리의 길흉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로 긴 기다림의 시간을 마감하고 하느님의 구원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들임을 기억하며 묵주 기도 때 바치는 구원을 위한 기도(구원송) 안에서 연옥 영혼과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지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월 22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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