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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55) 신과 함께 가라

어딜 가든 노래하며 주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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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강물 저 멀리, 중세의 면모를 가진 낡은 수도원 회랑에서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진다. 제대 앞 높은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회랑에 줄지어 늘어선 붉은 벽돌 기둥은 오랜 세월 그 빛을 받아 곳곳이 갈색으로 바랬다. 그 갈색보다 더 짙은 검은색에 가까운 수사복을 입은 4명의 수사가 햇살이 드는 창문을 바라보며 주님을 노래한다. 화음은 높은 천장에 부딪혀 웅장한 울림으로 퍼져나간다. “주님만이 홀로 구세주이십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영원히”

영화 ‘신과 함께 가라’는 독일 감독 졸탄 스피란델리의 작품이다. 원 제목 ‘바야 콘 디오스(Vaya con Dios)’는 스페인어 인사말로, 작별하는 사람 또는 떠나는 사람에게 ‘어디를 가든 그 길에 주님이 함께하시길’ 바라며 축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수도회 ‘칸토리안’은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의미가 강한 라틴어 칸투스(Cantus)나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비롯한 명칭임을 짐작할 수 있다.

칸토리안 수도회 수사들은 ‘성령은 목소리와 함께하시며, 찬양으로 신께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1693년 교황청으로부터 파면되었다. 이후 교세가 급격히 약화되어 지금은 이곳 독일 북부에 4명의 수사가 살고 있고, 이탈리아에 본원이 있다. 근근이 이어오던 수도원의 재정이 바닥나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수도원장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다. 원장은 교단 규범집을 이탈리아 본원에 가져갈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갖고 있던 십자가 모양의 소리굽쇠를 어린 수도사 아르보의 목에 걸어준다.

원장의 유언에 따라 이탈리아로 떠난다. 미성의 미소년 아르보는 규범집을 안고, 수도원의 요리를 책임지던 타실로는 염소와 솥을 매고, 로마에서 신학교에 다녔던 벤노는 낡은 지도를 손에 들었다. 오래된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걸으며, 이들은 수도회의 중요 규칙인 침묵과 목소리에 대해 고민한다. 도중에 여기자 키하라를 만나면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소리 또는 마음의 소리에 직면하게 된다. 14살 때 재혼한 엄마를 떠나온 타실로는 엄마와 함께 농사를 짓겠다며 고향에 남고, 지식을 사랑하는 벤노는 신학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클라디우스의 계책에 빠져 신학교 도서관에 머물며 규범집을 내준다. 아기 때부터 수도원에서만 살아온 아르보는 키아라에게 이성으로서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세 명의 수도자와 이들을 돕는 키아라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간다. 세 명의 칸토리안이 부르는 노래는 이 영화를 예술적으로 완성시킨다. 수도원 회랑에서 부르는 ‘주님만이 홀로(Tu Solus)’, 채석장으로 변해가는 기암절벽 위에서 부르는 ‘그리스도의 계보(Genealogia Christi)’, 벤노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성당에서 부르는 ‘주의 손길 받아들이는 자(Wer Nnur Den Lieben Gott lasst Walten)’는 십자가 소리굽쇠의 공명이 되어 우리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 곡 ‘주의 손길 받아들이는 자’는 가톨릭성가 127장 ‘십자가 바라보며''의 원곡이다.

온라인 채널 관람 가능

조현미 라우렌시아 백석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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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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