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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신부의 청사초롱]<청소년사목의 길을 밝히는 등불> - (1) 청소년사목은 ‘신앙의 유산’ 전수의 장(場)

청소년사목 이론 재미있게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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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외롭고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장인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6대째 방짜 놋수저를 만드는 김기찬 장인의 인터뷰 중 한 마디가 기억난다. “사라져 가는 이 전통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에 이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방짜 수저는 제게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고된 작업 끝에 나오는 수저는 하루에 겨우 두 벌. 그럼에도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쉰밥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도록 살균을 해주는 방짜 수저 전통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랜 경험을 통해 필자가 체험한 중요한 통찰이 있다. 청소년사목이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자녀 세대에게 소중한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사목의 장에 있으면서, “요즘 청소년들, 문제가 너무 심각해.” 라고 말하는 어른 신자들을 참 많이 만났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어른들에게 청소년은 ‘문제 자체’였을 뿐, 그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또한 벗어나야만 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인지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어둠의 문화, 죽음의 문화에서 그들을 빛과 사랑의 문화, 생명의 문화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중요한 힘은 바로 신앙에서 나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동안 어둠 속에 빠진 청소년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을 돕고자 움직였던 이들은 20~30대 청년 교리교사들, 그리고 그들을 맡은 젊은 보좌 신부님들과 전교 수녀님들 정도였다. 그나마 이들이 조금 더 나이가 들거나 소임이 바뀌면 마음과 열망이 사그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신앙을 교육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부모들, 그리고 청소년사목을 담당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신앙의 유산을 우리가 사랑하는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기 위한 온 교회의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부모뿐 아니라 본당공동체의 모든 성인들은 하느님의 자녀이자 우리들의 자녀인 청소년에게 신앙의 유산을 전수해야 하는 1차적인 교리교사가 돼야 한다. 「바티칸 공의회로 가는 길」에서는 신앙의 유산이란 소포 꾸러미를 전달하듯 교회의 진리와 가르침 보따리를 전달하는 것(tradita)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회의 삶 안에서 능동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며 익히게 하는 것(traditio)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청소년은 청소년끼리, 어른은 어른끼리 분리되어 있는 본당 공동체 속에서는 이러한 살아있는 신앙 유산의 전수가 불가능하다. 청소년도 반드시 공동체에 참여해야 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며 완숙한 신앙으로 나아가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전수된 신앙은 단지 머리에만 남는 신앙이 아니라 가슴과 실천으로 이어져 삶 안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신앙이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뛰어난 역동성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청소년사목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의 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간 많은 사목자들과 성인들이 청소년사목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여전히 청소년사목과 관련된 심포지엄과 각종 학술회의에서는 ‘청소년사목은 어렵다’, ‘한국교회의 청소년사목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쳇바퀴를 돌 듯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길잡이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이론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론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고, 우리가 어디까지 얼마나 갔는지를 점검해주는 평가 지표가 된다. 또한 현재의 평가를 통해 그다음을 조망하게 돕는 길잡이가 된다. 이제 우리는 수없이 많이 해왔던 사목적인 활동과 노력을 이론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사목을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는 장으로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이 필요하다.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많은 장인들과 같이 이 귀한 사목의 장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 청소년·청년 사목이 힘들다는 사제, 수도자, 교사, 젊은 교회를 꿈꾸는 평신도들에게 필자는 제안한다. 이론을 재미있게 배워보자. 그래서 우리의 자녀들에게 소중한 신앙의 유산을 어떻게 하면 잘 전수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조재연 신부는 1990년 사제품을 받고 2009년 가톨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햇살청소년사목센터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이번호부터 조재연 신부와 함께 청소년사목을 배우는 ‘조재연 신부의 청사초롱’을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조재연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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