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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그린 예수님, 복근이 선명?

아이 시선으로 그린 박훈(서울 계성초교)군의 십자가의 길 그림, 화제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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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군이 자신이 그린 십자가의 길 성화를 들어보이며 웃음 짓고 있다. 박군 뒤로도 ‘Birffel Tower’ 작품이 보인다. 이정훈 기자

서울 계성초등학교 학생들은 종교시간이면 또래가 그린 그림을 보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배운다. 학교에서 올해 새로 제작한 어린이용 십자가의 길 교재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 그것. 파스텔과 마카, 먹과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그린 책자 속 십자가의 길 그림은 이 학교에 다니는 박훈(요셉, 초6)군이 그린 성화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십자가를 진 예수님 얼굴이며 못 박히는 순간의 고통을 보자면 이 그림이 정말 초등학생이 그린 게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9월 18일 만난 박군은 “십자가의 길 그림의 포인트는 예수님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있다”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며 세 번 쓰러지시는 동안 예수님 표정은 매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숨겨진 의미도 설명해줬다.

실제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 얼굴은 누가 봐도 고통 그 자체다. 큰 십자가를 둘러싼 힘겨운 기운이 생생하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은 붉은 물감을 흩뿌리는 방식으로 고통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했다. 엄마 이니나(마리나, 38, 서울 방배4동본당)씨가 보기엔 ‘그림이 너무 강렬하지 않나?’ 싶었는데, 박군은 “예수님 고통이 실제 그랬을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림으로 신앙 다져

그림 속 예수님 표정은 외려 점점 덤덤해진다. 박군의 말대로라면 “고통을 감내하는 힘이 점점 생겨나셨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설명에 학교 종교 담당 수녀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십자가 예수님 몸에 웬 복근인가 했는데, 이는 박군이 다른 그림을 보며 예수님 몸에 실제로 복근이 있는 줄 알고 넣은 것이다. 덕분에 고통 중의 예수님은 그래도 강인한 ‘식스팩’을 지니고 있다. 이마저도 어린이의 시각이라 새롭다.

엄마 이씨는 “사실 그림을 그릴 당시 훈이는 예비신자여서 십자가의 길 작품을 먼저 그리고 난 뒤 주님 자녀가 된 셈”이라며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며 가족들도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고, 덩달아 많은 분이 훈이의 그림을 높이 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박군은 5살 때부터 엄마가 쥐여준 스케치북에 무엇이든 옮겨 그렸다. 어린아이가 보여준 상상력은 매번 부모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엔 갤러리에서 한 차례 전시도 연 어엿한 작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키보다 높은 160㎝짜리 에펠탑 그림은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는데, 새를 좋아하는 박군이 탑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단아한 자태에 명품 옷을 걸친 듯 화려하게 치장한 새는 모나리자를 보고 그린 그림이다. 최후의 만찬을 새들의 저녁 만찬으로 그린 그림 등 곳곳에는 박군의 무한한 상상력이 녹아 있다. 손주 작가의 열혈 팬인 할아버지ㆍ할머니 댁에도 작품들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박군은 “건축가, 영화감독 등 꿈은 많지만, 그림은 계속해서 그릴 생각”이라며 “다른 본당 주일학교 친구들이 제 그림으로 십자가의 길 예수님 고통을 함께 느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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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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