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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7) 더 서치

폭력의 역사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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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서치’ 스틸컷.


평화가 너희와 함께! (루카 24,36)

전쟁의 참상을 다룬 영화를 보는 것은 그리 즐겁지 않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지만, 영화에 담긴 역사를 통해 인류의 어두운 과거와 상처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더 서치’는 1999년 러시아의 제2차 체첸전쟁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명은 체첸 반군으로 몰려 부모가 살해돼 고아가 된 9살짜리 하지라는 아이이고, 다른 한 명은 우연히 군대에 끌려간 콜리아라는 19살 러시아 청년이다.
 

하지는 부모의 죽음 이후 살기 위해서 피난을 떠난다. 돌보기 힘든 동생도 누군가에게 맡기고, 부모를 죽인 총을 든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트라우마에 말을 하지 못하고 늘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정처 없는 여정을 계속한다. 신의 보호일까? 길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도움으로 난민 캠프까지 다다르고, 인권 담당인 캬홀과 함께 살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이에 반해 콜리아는 불합리한 군대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 하지만 조직의 폭력과 왕따를 경험하면서 점차 극대화된 혐오에 물들며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고, 같은 시기에 상반된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영화 말미 가해자와 피해자로 그 연결 고리를 잇게 된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체첸 민간인들의 고통과 죽음은 6·25 전쟁과 제주 4·3 사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여전히 우리 가운데 있고, 삐뚤어진 역사의식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 때문에 그 상처의 골이 메워지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마음 아프다.
 

이 영화의 희망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에 있다. 캬홀과 헬렌과 같은 이들의 도움으로 하지는 조금씩 상처를 이겨낸다. 늘 우울해 하고 말을 하지 못하던 하지가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듯 춤을 추며, 자신의 상처와 기억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진정한 평화는 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상처받은 이들과 연대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 사랑의 실천은 한국 근현대사의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과 돌봄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며, 폭력의 역사를 대물림하지 않도록 혐오와 폭력,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고 반대해야 한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9년이 되어 가는 요즘,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정치적 이념을 내세운 반목의 역사 대신 상생과 협력을 희망하고, 남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국가 간 이해관계, 오랜 기간 지속된 불신의 경험 때문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의 시대가 빨리 오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할 것이다.

▲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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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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