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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우주의 숨’ 개인전 갖는 구계숙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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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점(點) 하나의 의미는 무엇일까.

구계숙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게 있어서 점은 ‘우주’이자 ‘하느님’이다.

“점은 조형 안에서 최소단위입니다. 하지만 점을 찍다 보면 무한대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죠. 또한 점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는 씨앗일 수도 있어요. 반복적으로 점을 찍는 작업을 통해 다양하고 확장된 개념을 표현합니다.”

구 수녀는 ‘점(點), 우주의 숨’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4월 17일~5월 10일 서울 효창동 김세중미술관에서 갖는다.

‘점’은 구 수녀가 몸담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영성과도 관련이 있다.

“저희 수도회의 영성 중 ‘점성정신’이라는 말이 있어요. 점의 성질에서 나온 정신이라는 뜻으로 점처럼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만물을 대할 때 정성을 다해 섬기라는 것입니다.”

구 수녀에게는 이번 전시가 네 번째 개인전이다.
원래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던 구 수녀는 수도회 입회 이후 미대에 다시 진학해 현재 국민대 대학원에서 회화 전공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우선 검은색 비닐봉투, 말린 귤껍질, 플라스틱 병 뚜껑 등 특이한 재료들을 사용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구 수녀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지구에 남아 있을 이런 소재들에 ‘신(新) 십장생(十長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썩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이를 두고 구 수녀는 “생태 문제에 관심을 두고 세상과의 연대성을 구축한 예술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표작인 ‘점, 우주의 숨’을 보면 마치 광활하고 신비로운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159×182㎝ 대작인 이 작품은 수많은 점들과 반짝이는 비즈를 하나하나 손으로 찍고 붙여 완성했다.

구 수녀는 이런 작업들에 대해 “노동집약적 작업”이라고 표현하며 해맑게 웃었다.

이렇듯 노동집약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숨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다. 귤껍질을 동그랗게 오려 다림질까지 해서 갖다 주는 이도 있었고, 평소 공동체에서는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때문에 ‘귀한’ 비닐봉투를 일부러 모아 전해주기도 했다고.

이번 전시에는 구 수녀가 직접 그린 동료 수도자들의 초상화 100점이 함께 전시된다. 단순히 사진처럼 그린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살렸다.

라면을 좋아하는 한 수녀는 봉지라면을 든 모습을 그렸고, 멸치를 손질하는 수녀의 모습은 상상력을 가미해 별을 다듬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당초 전시기간 중 관람객들의 초상을 그려 주는 이벤트도 계획했었는데 아쉽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취소했다.

한편 구 수녀는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중 개별 초상화가 없었던 63위 성인 초상화 제작에 유일한 수도자로 참여했다. 구 수녀가 그린 성인은 부모와 남편 모두 103위 성인인 최영이 바르바라 성녀로, 올 가을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점(點), 우주의 숨’ 전 관람시간은 화~주일 오전 11시~오후 5시(월요일·공휴일 휴무)다. 무료 관람.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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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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