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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 성월에 추천하는 특별한 곡 ‘전쟁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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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11월 14일 밤. 히틀러의 독일 군대는 영국 코벤트리로 진격한다. 독일군이 600대가 넘는 전투기를 동원해 폭탄을 투하하자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민간인 사상자는 1500여 명에 달하고 도시 절반 이상이 잿더미가 됐다. 피해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성공회 코벤트리 대성당이 외벽만을 남기고 파괴됐다.

성당의 붕괴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지만, 곧바로 재건이 결정됐다. 무너진 성당은 전쟁의 무익함과 어리석음을 상기시키기 위해 새 성당 옆에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1962년 5월 30일, 전쟁의 상처를 딛고 다시 세워진 대성당 봉헌식에서 성대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이 만든 ‘전쟁 레퀴엠’(War Requiem)이다.

브리튼은 봉헌식을 기념할 곡을 의뢰받고 이 곡을 만들었다. 즉 전례용이 아닌 연주용 레퀴엠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자신의 친구 4명을 추모하는 곡이기도 했다. 브리튼은 당시 희생자들의 영혼을 애도하는 것을 넘어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를 곡에 담았다. 초연에서는 화해를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로 영국, 독일 독창자가 함께 노래했다.

라틴어로 된 가톨릭 전례용 레퀴엠 6곡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영국의 시인 윌프레드 오웬(1893~1918)이 전쟁을 반대하며 쓴 9편의 시를 결합해 가사로 활용했다. 오웬이 자신이 겪은 전쟁의 참상을 상세히 묘사한 시가 레퀴엠 속에 흐르며 전쟁의 공포와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곡은 총 6악장으로 이뤄졌다.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제1악장 레퀴엠 에테르담을 시작으로 제2악장 부속가, 제3악장 봉헌송, 제4악장 거룩하시도다, 제5악장 하느님의 어린 양, 제6악장 저를 구원하소서 순이다. 합창과 관현악 반주로 전통적인 미사곡을 연주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전쟁터를 묘사한 강렬함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순수한 목소리로 평화와 믿음의 회복을 기도하는 어린이들의 합창, 관현악 반주와 함께 오웬의 시를 전달하는 테너 독창과 바리톤 독창으로 전쟁의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맹세하고,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연주 시간 72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포화 소리로 많은 이가 고통받고 있다. 위령 성월에 ‘전쟁 레퀴엠’을 들으며 수많은 전쟁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염원해 보는 건 어떨까. 음악이 주는 위로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을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의 힘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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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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