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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믿음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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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적을 필요로 하죠. 기적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기적이 있는 곳엔 늘 유물이 있었어요. 신이 살아서 우리 세상에 섞여 일하고 있다는 신호보다 더 강력한 게 뭐가 있을까요?”(‘믿음의 미스터리’ 2화)

2019년 4월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무너지는 대성당의 첨탑과 지붕을 보며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화마 속으로 뛰어든다. 노트르담은 860년간 같은 자리를 지킨 파리의 보물이기 때문이었지만, 대성당에 보관된 예수의 ‘가시 면류관’을 구하려는 이유가 더 컸다.

가시관을 영영 잃는 것을 사람들은 왜 두려워했을까. 그에 앞서 예수의 머리에 박혔던 가시관은 어떻게 예루살렘이 아닌 파리에 있는 걸까. 넷플릭스에서 11월 1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믿음의 미스터리’가 이를 말해준다.

다큐는 교황청의 허락을 얻어 세계 곳곳에서 철통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귀중한 보물들을 파헤친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교회의 중요 유물과 역사를 배우는 유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시 면류관, 성배와 성면, 성 십자가, 순교자의 피 묻은 옷까지. ‘성스러운 유물’의 수수께끼 같은 역사를 풀어나가고, 유물이 성물 관리인들과 대중 신앙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1화에서는 가시 면류관의 기적적인 보존기가 등장한다. 2화는 그리스도의 얼굴이 담긴 형상인 마노펠로 성면, 최후의 만찬 때 예수가 사용했다는 발렌시아의 성배에 관해서 다룬다. 3화에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황후가 예수가 매달렸던 십자가를 발견한 사연과 이것이 어떻게 수천 조각으로 나뉘어 전 세계에 퍼졌는지를 쫓는다.

특히 믿음의 위기에 처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 성 십자가 한 조각이 선교의 도구로 쓰이는 모습을 부각한다. 4화에서는 정의와 신앙을 수호하며 살았던 복자 로사리오 리바티노 판사와 관련된 현대의 유물이 등장한다. 리바티노가 마피아에게 살해 당한 당시 입었던 피 묻은 티셔츠는 우리 자신과 주변 이웃도 성덕을 지닌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믿음의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유물들은 늘 진위 논쟁이 따라붙는다. 파리의 가시 면류관이 정말 예수가 썼던 가시관인지, 성 십자가는 예수가 매달렸던 십자가가 맞는지 확언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잔이라고 주장하는 성배도 이미 몇 개나 있다.

역사와 전설의 뒤엉킴 속에서 학자들은 갑론을박하지만, 신자들은 진위 여부보다 유물이 가진 힘을 찾는다. 하느님을 향한 헌신과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힘, 신앙의 불모지에서 믿음의 씨앗을 뿌리는 힘, 거룩한 삶으로 이끄는 힘 말이다.

다큐에서는 멈췄던 심장이 유물 주변에서 다시 뛰거나, 시력이 돌아오는 등 기적 이야기도 소개된다. 이러한 체험 속에서 유물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졌다.

‘믿음의 미스터리’는 유물의 진위를 밝히는 내용이 아니다. 전문가들조차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예수를 욕보인 물건이 예수를 기리는 물건으로 바뀐 역사를 보여주고, 유물을 통해 확산하는 신자들의 믿음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누군가는 성스러운 유물을 통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고, 누군가는 2000년 전의 예수를 다시 만난다. 교회 역사 속에서 유물은 늘 하느님과 믿는 이들을 연결했고, 유물을 통해 하느님은 무언가를 행하셨다.
우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유물 중에 혹여 진짜가 아닌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우리를 하느님께 향하게 한다는 것은 미스터리하지만 분명하다.

다큐는 명쾌한 끝맺음을 하지 않지만, 한 가지는 뚜렷하게 상기시킨다. 인간은 유물을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 역사를 끝없이 기억해 왔고, 그 기억에서 비롯한 구원의 희망을 붙잡고 지금 여기를 살아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총 러닝 타임은 169분.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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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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