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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 출판사 대표를 만나다] (4) 서광사 공동대표 김신혁 이숙 부부

철학서적=서광사 변함없이 지켜나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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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하나. `철학책은  ㅁㅁㅁ  다`. 네모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무엇일까?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이들을 위해 문제를 조금 바꿔 보겠다. `우리나라 철학책은 ㅁㅁㅁ로 통한다`.
 네모에 들어갈 말은 국내 철학전문출판사인 `서광사`다. 철학을 전공한 이들은 물론 철학 언저리에 기웃거려본 이들이라면 `서광사`라는 답에 무릎을 탁 치며 백 번 공감할 것이다.
 서광사는 1974년 설립 이후 철학서적 출판의 외길을 걸어왔다. 1977년 존 롤스의 「사회정의론」을 시작해 가장 최근에 나온 프리드먼의 「이성의 역학」까지 철학서적 622권을 펴냈다. 철학 대중화를 외치며 `만화로 읽는 철학` 시리즈와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도 선보였다.
 "야고보 꿈은 철학책 1000권을 출판하는 것이에요. 그렇지 여보? 그럼 얼마를 더 살아야 해? 아휴, 20년은 더 살아야겠네~. 호호호."
 6월 28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서광사 사옥에서 만난 이숙(카리타스, 65) 대표가 남편(김신혁, 야고보, 70)에게 말을 걸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동대표인 남편 김씨는 환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서광사를 세운 건 남편 김씨다.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한 뒤 부제 1년차에 성소의 꿈을 접은 김씨는 이후 출판사에 입사해 일을 배운 뒤 4년 만에 독립, 서광사를 설립했다. 철학과 신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돈이 되지 않는다`며 모두가 외면했던 철학서적을 기꺼이 끌어안았다.
 하지만 김씨는 1999년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됐고, 언어장애까지 겹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후 아내와 큰 아들이 출판사를 맡아 지금껏 꾸려왔다. 김씨는 현재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한 채 재활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애정과 신념으로 키워 온 출판사라 남편이 쓰러졌다고 (출판사)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남편은 늘 퇴근 후면 회사에서 일어났던 시시콜콜한 일까지 모두 얘기해줬어요. 연말이면 재무제표를 보여주고 회사 상황을 설명해주곤 했죠. 그 땐 잘 몰랐는데 남편이 쓰러진 뒤 하나둘씩 일을 배우다보니 남편이 해줬던 이야기가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큰 아들도 유학을 포기하고 출판사 일에 팔을 걷어붙였죠."
 서광사는 출판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범기업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주5일제를 실시했고, 야근문화를 없애는 데 앞장섰다. 직원들은 오후 6시면 무조건 퇴근이다. 재무상태는 예고 없이 들이닥친 세무서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투명했다.
 아내 이씨는 "우리 둘 다 포콜라레 회원으로 포콜라레 정신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면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세상 욕심을 많이 버렸다"고 말했다. 서광사는 현재 포콜라레 설립자인 끼아라 루빅 여사가 주창한 `공유경제` 정신에 따라 출판사 이익의 일부를 나눔을 위해 기꺼이 내놓고 있다.
 "한 번은 남편이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가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잘 팔리는 책을 내볼까하는 유혹이 왜 없겠어요. 그게 모두 욕심인 거죠. 철학전문출판사인 덕을 볼 때도 많아요. 대박을 터트리는 책은 없지만, 경기를 타지 않아 안정적이라 할 수 있지요."
 아내 이씨는 "서광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철학책으로 독자들과 만나며 출판계를 지킬 것"이라면서 "출판사 운영에서 하느님 섭리를 찾으며 공유경제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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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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