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 다뤄
모든 인세 1 기금 조성해 나눔 실천
이해인 수녀, 소설가 최인호, 법정 스님, 시인 피천득, 한경직 목사, 서강대 장영희 교수, 아동문학가 정채봉.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이들을 한데 모아보면 교집합이 생긴다. 출판사보다는 월간지로 더 친숙한 `샘터`다.
샘터는 출판사의 얼굴이자 뿌리, 기둥인 월간 「샘터」를 비롯해 종교, 예술, 문학, 아동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판해온 중견 출판사다.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자양분 삼아 행복과 나눔, 기쁨을 전하는 출판사로 성장해왔다.
"월간지 샘터의 모토는 `내가 만든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이에요. 물론 다른 책을 만들 때도 적용되는 샘터의 사명이자 정신이기도 하고요. 가장 많이 팔린 책은 KBS에서 방송한 내용을 엮은 「TV동화 행복한 세상」이에요. 우리 책이 어떤 책인지 딱 감이 오지 않나요?"
샘터 김성구(프란치스코, 52) 대표는 "샘터 정신에 맞는 책이 뭘까 늘 고민한다"면서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지켜온 것이 샘터가 마르지 않은 이유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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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기자생활 후 1995년부터 맡아
어려움 있을 때마다 신앙이 큰 힘 돼
샘터 정신은 출판사 나눔 실천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샘터에서 발행한 모든 책의 인세 1를 `샘터 파랑새 기금`으로 조성해 매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샘물통장`도 개설해 독자와 필자들이 보내온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아버지 김재순 전 국회의원이 설립한 샘터를 1995년부터 맡아 온 김 대표는 일간지 기자 10년 경력을 내던지고 샘터로 왔다.
"모두 신문사를 그만두는 걸 말렸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박차고 나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죠. 좀 쉬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일을 하다 보니 차츰 책임의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김 대표는 "샘터가 지켜온 정신이 무엇인지, 출판이 어떤 것인지, 회사를 경영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을 좋아하는 김 대표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무조건 산을 찾았다. 홀로 산을 오르며 기도 중에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해결책이 떠오르곤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앙이 없었다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1999년 고 정채봉(프란치스코) 작가를 대부로 모시고 세례를 받은 그는 "아버지처럼 모신 피천득 선생님, 이해인 수녀님, 최인호 작가, 장영희 교수 등 내 주변엔 유난히 천주교 신자가 많았다"면서 "이분들에게 받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IMF를 겪으면서 회사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구조조정까지 하며 직원 절반이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때 신앙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하느님께 모든 걸 말씀드리고 맡기고 나면 마음이 한결 든든해집니다. 나를 지켜주신다는 믿음이지요."
좋은 책은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다 생각
출판사 정신에 맞는 작품 찾는 데 노력
그는 사람과 관계에서도 신뢰를 가장 중요시한다. 책은 결국 작가와 기획자, 편집자와 디자이너 등 사람이 만드는 작품이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결코 좋은 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김 대표 지론이다.
"출판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제가 우리 직원들 또 작가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믿음 없이 불안하게 출발한 작품은 결국 억지가 되고 말아요. 책에 고스란히 전해지죠. 좋은 책은 좋은 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확신합니다."
김 대표는 또 "보석같이 빛나는 콘텐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내용이 좋으면 그것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독자들은 반드시 알아보고 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샘터에 맞는 작품을 찾고, 작가를 발굴하는 데 더 노력해야죠. 출판일은 정말 지루할 틈이 없어요. 책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또 책을 읽으면서 온갖 세상과 온 우주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어렸을 땐 정말 책 안 읽었는데, (웃음) 뒤늦게 책에 눈을 뜬 셈이지요."
김 대표는 "샘터 책은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늘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존재로 남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