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재속 프란치스칸 사제 오기선
김현,조동현 지음/한국재속프란치스코회 출판부/6000원
부부 배낭여행가 1호하면 떠오르는 인물, 김현(요셉)ㆍ조동현(요세피나)씨 부부다.<사진> 1939년과 1942년생이니 올해로 두 사람 다 칠순을 훌쩍 넘긴 74, 71살이다.
이 부부는 여전히 `현역`이다. 얼마 전에도 전화를 걸었더니 공항이라며 이번엔 서시베리아 바이칼호로 떠난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부부가 공동집필한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이번엔 여행기가 아니라 인물 평전이었다. 그것도 오기선(요셉, 1907~90년) 신부 인물전이었다. 대표적 교회사가에 문필가로 널리 알려진 터라 굳이 전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오 신부는 한국의 첫 재속 프란치스칸 사제였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한국국가형제회는 한국 진출 75주년을 기념, 오 신부를 재속 프란치스칸 인물전 시리즈의 한 사람으로 선정했고, 오 신부와 인연이 깊은 부부가 집필을 맡게 된 것이다.
▲ 김현(오른쪽),조동현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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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속회원은 장면 박사지만, 사제로서 첫 재속회원은 오기선 신부님이에요. 본당에서 미사가 끝나면 늘 프란치스코 3회 수도복을 입고 계셨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 정신으로 사시며 늘 가난한 이웃에게 친구가 돼 주셨던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신부님한테서 받은 영적 선물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습니다."
여행가이기 이전에 김현씨는 한국방송(KBS)에서 잔뼈가 굵은 방송인이다. 오 신부를 만난 것도 방송을 통해서였다. 1964년 당시 `이런 세계도 있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그는 방송을 통해 천주교를 소개하다 오 신부를 만나 세례를 받았다. 그해가 1966년이었다.
"따라다니다가 `걸려 들었다`는 표현이 딱 맞지요. 저희 가족 22명이 몽땅 신부님 영향으로 세례를 받았고, 아이들도 신앙에 젖어 살았지요. 맏이가 사제(김환수 신부)가 된 것도 다 신부님 덕분입니다."
부부도 오 신부 영향으로 재속 프란치스칸이 됐다. 김현씨는 1994년 KBS 라디오에서, 아내 조동현씨는 1999년 교단에서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동안 퇴직금과 아내 연금으로 다녀온 나라가 무려 168개국에 달한다.
부부가 배낭 여행가가 된 것도 오 신부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오 신부는 순교성지와 사적지를 중심으로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 성지까지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도는 거리를 여행해 `바퀴벌레`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글을 쓰는 동안 신부님께서 재속 프란치스칸 사제로서 얼마나 모범적 삶을 사셨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분 삶 자체가 어떤 웅변보다 설득력 있고 감동적입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