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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찬미 노래를] <1>카펠라 무지카 서울

"교회 음악의 작은 물줄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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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은 천상에서 영원토록 읊는 찬미가를 지상 유배지에 가져왔다. 그리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공동체를 찬미 노래로 당신과 결합시킨다. 낮과 밤의 모든 흐름이 하느님 찬미를 통해 성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앙의 해` 새해를 맞아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기억하며 `주님께 찬미 노래를`(시편 9,12)을 새로 기획, 한국교회 성음악 전문 연주단체와 합창단, 성가대 등을 소개한다.


 
▲ 연습 중에 자유분방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카펠라 무지카 서울 단원들과 지휘자 이강민(두 번째 줄 오른쪽)씨.
 

 
   서울 인사동에 화가들이 몰려들듯, 음악가들은 예술의전당이 있는 서초동에 깃든다.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 오피스텔에 `카펠라 무지카 서울(Capella Musica Seoul)`이 있다. 전문 연주자들로 이뤄진 교회음악 전문 앙상블로, 2005년에 탄생했으니 이제 설립 8년차다. 카펠라는 작은 경당이라는 뜻. 이름을 굳이 번역하자면 `서울 교회음악 연주단체`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 안엔 우리 민족만의 색깔이 담긴 교회음악의 꽃을 피우고 싶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근래 들어선 연거푸 성가 앨범도 두 장이나 냈다. 지난해 12월에 `대림과 성탄을 위한 자장가(Lullaby for Advent & Christmas)`를, 최근엔 `주님께 노래하여라(Cantate Domino)`를 오디오가이에서 선보였다. 앞 앨범은 헤롯을 피해 이집트로 떠나는 마리아와 요셉의 기도를 자장가풍 미발표 캐럴에 담았고, 뒤 앨범은 전례음악의 뿌리인 `그레고리오 성가`를 수록했다. 이들의 음악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보다 외국에서 훨씬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 카펠라 무지카 서울에서 최근 잇따라 내놓은 캐럴 앨범 `대림과 성탄을 위한 자장가`(사진 위)과 그레고리오 성가 앨범인 `주님께 노래하여라`(사진 아래) 표지.
 
 17일 아침 일찍 서초동 연습실에 들어서자 칠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레고리오 성가 가운데 하나인 `암브로시오 성가(Ambrosian chant)`와 성체 찬미가(Ave Verum)가 차례로 적혀 있다. 오는 6월 녹음에 들어갈 암브로시오 성가나 성체 찬미가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9월쯤이면 새 음반이 나올 예정이니 쉴 틈이 없다. 타 연주단체와 달리 교회음악 전문 연주단체답게 이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에 오롯이 집중한다.

 그럼 하필이면 왜 그레고리오 성가나 교회음악일까.

 네덜란드악파의 본향 마스트리히트음대에서 합창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한 지휘자 이강민(노트케르 발불로, 41, 서울 명동본당)씨의 답변을 들어봤다. "교회음악을 하다보니 원류는 가톨릭교회 전례음악이더군요. 개신교 신자로서 고민을 했었죠. 그러다가 지난해 부활성야미사 때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미사에 참례해 감동을 받은 뒤 성악을 전공한 아내(이경선 가브리엘라)와 함께 온 집안이 개종했어요. 전문 연주자들이 하는 교회음악의 작은 물줄기가 되고 싶어요."

 교회음악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어서 단원들은 한두 개씩 생업이 있다. 성악 앙상블 단원 13명은 대학이나 피아노 학원 강사, 뮤지컬 배우 등으로 뛰면서도 `교회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페라를 하면서 교회음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진 정승원(아델라, 39, 소프라노)씨는 "정적 울림이나 하모니가 듣는 사람이나 부르는 사람이나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는 게 교회음악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기 위해 라틴어도 배우고 중세 성가 악보인 네우마(neuma)도 하나하나 익혀가며 소리나 감정을 절제하고 조화를 이뤄가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한 교회음악의 미덕은 청빈과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적 권고가 담겨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카펠라 무지카 서울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음악, 곧 전례합창(Liturgical Choir)에 전력을 쏟고 있다. `교회음악은 철저히 자기자신을 죽이는 작업`이라는 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문제는 설 무대가 많지 않다는 것. 성당 문턱이 너무 높아 서울 한남동 국제루터교회를 빌려 성탄, 부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캐럴 앨범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카펠라 무지카 서울은 오히려 주한 외국인들에게 더 알려져 있다. 어렵지만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서초동 연습실에 모인다. 음반 취입 땐 일주일에 너덧 번씩 모여 10시간을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성가 연주에 집중하는 열정과 봉헌을 통해 교회음악의 길을 굳건히 걸어간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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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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