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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펴낸 조창환 시인

존재하는 모든 것의 영성 끌어내고파/ 등단 40주년 여덟 번째 시집 … 묵상 통한 자연 이야기/ “잔상의 미학 묘사한 풍경 속에 남은 시간 흔적들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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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조창환 저/118쪽/9900원/서정시학

사월 어느 날, 만개한 벚나무 아래, 나무벤치에 앉아/ 겨울 눈보라처럼 쏟아지는 꽃잎 치어다보다/ 저 꽃잎들 어느 목숨이 흘린 키스 자국인가 생각한다/ 빛 고요하고, 바람 촘촘하고, 가슴 먹먹하다/ 한 꽃잎이 다른 꽃잎을 흔들어 끌어안고 몸부림친 흔적들이/ 허공에 가득 부푼 팽팽한 허기를 메꾸어준다(‘벚나무 아래, 키스자국’ 중에서)

 
▲ 조창환 시인은 등단 40주년을 맞은 올해 여덟 번째 시집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을 펴냈다.
 
“봄꽃을 좋아해서 봄이면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 벚꽃길’을 자주 찾습니다. 이 시도 떨어지는 벚꽃을 한참 바라보다가 쓰게 됐어요. 꽃잎이 마치 안타까운 키스자국 같았어요. 몸부림치다가 허공에서 쏟아지는 듯했죠.”

조창환(토마스 아퀴나스·68) 시인이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이했다.

최근 발표된 그의 여덟 번째 시집, 「벚나무 아래, 키스자국」(서정시학)은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맞아 펴내는 오롯한 성과인 동시에 오랜 시간 고요 속의 응시를 통해 마음의 풍경을 채집한 선명한 결실이다.

조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밝음과 맑음, 공손함과 순함이 있는 다른 세상에 관해 자주 생각해 본다. 바다 밑 같은 고요와 큰 나무 그늘과 같은 안온함이 있는 세상은 자유롭고 넉넉할 것 같다. 지상에서 그런 시간이나 공간을 만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먼지와 때와 얼룩이 가득한 일상의 삶을 넘어서는 길의 하나는 그런 시를 쓰는 일이다”라고 적었다.

유성호 교수(한양대·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서 조 시인은 시간의 흐름 속에 남는 ‘흔적’, ‘자국’, ‘자리’, ‘얼룩’ 등 이른바 잔상(殘像)의 미학을 묘사한 풍경들을 담아낸다”며 “시인은 환한 고요 속에 남은 시간의 흔적들을 응시하고, 그 흔적들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고요한 풍경들을 섬세하게 그려 보여준다”고 했다.

조 시인은 2012년 가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던 집필실을 강원도 고성으로 옮겼다. 집필실 앞으로는 맑은 바다와 깨끗한 백사장의 아름다운 아야진 해변이 펼쳐져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설악산이 있고, 고성8경으로 꼽히는 천학정과 청간정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집에서는 자연 속에서 묵상을 통해 담담히 전해지는 작품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조 시인은 3년 전, 26년 동안 몸 담았던 아주대 국문과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시인보다 교수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그는 그제야 전업시인으로서 본격적으로 시작(詩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평생 15권 정도의 시집을 내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제 8권을 냈으니 지금부터는 무엇보다 부지런히 시 쓰는 데 전력하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정갈한 시를 쓰고 싶어요. 존재하는 것에 영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대상을 고요히 바라보고자 합니다. 이번 시에서도 묵상 속에서 바라본 자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시 세계를 심화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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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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