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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수도자’ 사진전 개최한 김민지씨

순명 청빈의 비운 삶 … 그 안에서 발견한 위로/ “수도자들의 일상적 삶 자체가 보는 이들에게 위안”/ 수도회 피정이 계기 … 대학원 졸업전 주제로도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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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씨 작품.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부제서품식 가운데 한 장면.
 
그날도 사진 한 컷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를 짊어지고 뛰다가 그만 넘어졌다. 피가 철철 흐르는 무릎을 동여매고 도착한 수도원에서 그를 치료해주던 수도자가 말했다. “무릎의 상처가 아물 때쯤, 네 마음의 상처도 치유가 될 거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도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순교정신으로 보는 수도자의 재조명’(9월 29일까지, 새남터기념관)을 연 김민지(에스텔·29·서울 새남터본당)씨는 사진을 찍으며 자신이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삶을 비워내며 영적 풍요로움을 얻는 수도자들을 보며 하느님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피정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자신의 대학원 졸업작품의 주제를 ‘수도자’로 잡았다. 사진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새남터성당에서 미사와 행사사진을 많이 찍었던 터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수도원을 찾았던 첫날, 그는 낙담하고 말았다.

“첫 촬영을 위해 서울 성북동 본원 축복식과 부제서품식을 찾았는데 제가 행사사진만 찍고 있는 거예요. 행사사진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았어요. ‘주제를 바꿔야만 하나’하고 낙심해있는데, 사제들이 평화의 인사를 시작했어요.”

나이가 지긋한 한 수도자와 어린 부제가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가 카메라 셔터를 빠르게 눌렀다. 그의 힘으로 찍은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이 주신 장면이었다.

“노수사님께도, 부제님의 부모님께도 사진을 보내드렸어요. 매일 처음 찍은 이 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희망을 바라봤던 것 같아요.”

수도자라는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대상을 주제로 잡아 처음에는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는 그를 수도원 식구들은 가족처럼 대해줬다. 수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상의 삶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번 대학로에서 졸업작품을 전시했을 때는 비신자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수도자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수도자를 떠올리면 대부분 희생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서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하셨어요. 그분들의 일상적 삶 자체가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거예요.”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며 그는 앞으로 자신이 받은 재능을 여러 곳에 기부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 자신의 본당인 새남터성당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다.

수도자가 건넨 평화의 위로는 작가를 통해 다시 수도자에게로 돌아갔다. 한 수도자는 그가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며 이러한 편지를 남겼다. “사진 속의 저는 수도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보입니다. 이런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도자 모습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 김민지씨는 사진을 찍으며 자신이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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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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