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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누가 그들의 편에 …」 저자 국제연대활동가 로렌스 곽

“인권, 인간으로 잘 살게 해주는 삶의 습관”/ 전세계 오지 찾아 인권 돌보기 25년/ 치열한 국제 NGO 활동상 담겨/ “NGO 활동, 우리 사회 양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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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스 곽씨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과 교회의 네트워크는 ‘인권’의 의미를 더욱 폭넓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가 오간다. 본인은 그 중 ‘활동가’라 불리는 것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배운 것을 써먹지 않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는 세계 곳곳에서 그의 경험담을 듣고 싶어 안달하는 이유를 한 번에 알게 했다. 그가 나누어주는 경험은 시험을 위한 배움이 아닌 인생에 영양분을 주는 진정한 배움이었다.



국제연대활동가 로렌스 곽(한국명 곽은경·로렌시아·50·국제NGO 팍스로마나 전 세계총장)씨는 국제사회에서는 저명한 이름이다. 흔히 NGO라고 하면 긴급구호활동 혹은 굶주린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의 봉사활동 정도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국제NGO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

25년 만에 안식년을 보내며 펴낸 한 권의 책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1만5000원/남해의 봄날)는 치열한 국제NGO 활동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283쪽의 작은 책 한 권에 그의 경험을 다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출간 자체만으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할 만한 책이다.

그는 NGO, 개인이나 민간의 단체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비정부간 국제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s)를 ‘그 사회와 시대의 양심’이라고 정의한다.

“NGO란 어느 나라에든 다 있지만 역사와 문화에 따라 명칭 혹은 사용되는 개념이 좀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단국가라는 배경 때문인지 NGO 활동에 정치적인 개념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폭넓게 보아 NGO 활동은 우리 사회의 양심,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행보입니다.”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짓밟히는 이웃들이 있는 곳은 어디나 찾아다녔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다시 또 남아메리카 오지로. 인권 유린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자료를 수집, 배포하고 목소리를 전한다. 각 국가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을 검토해 필요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지원한다. 연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낼 정도로 잦은 해외출장을 이어가야 했지만, 시간을 다투며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갈 만큼 절박한 이들과의 연대사업은 언제나 잔뜩 쌓여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머무를 때는 UN을 찾는 ‘낮고 여린 이웃’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UN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회의에 참석하도록 각종 자료 정리와 행정업무를 도와주고, 공항 마중과 배웅은 물론 숙소를 잡고 식당에 데려다주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이 책에서는 국제NGO 활동의 시작에서부터 불가촉천민이 있는 인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시에라리온, 책이 없는 나라 마다가스카르, 페루의 빈민촌 등에서 겪은 체험들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그는 “책을 쓰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니 오래 전 세계를 구하겠다던 오만한 착각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으로 산산이 부서졌다”며 “자신의 능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지구촌 곳곳 고난의 현장은 많이 아프고 괴로웠지만, 세상 끝에서 스러져간 많은 삶들이 오히려 절망에 빠진 나의 삶을 일으켜 주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이들을 용서한 한 할머니에게 다그쳤습니다. 너무 쉽게 용서하신 것이 아니냐고, 교회에서 용서하라고만 가르쳐서 그런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할머니께서는 ‘내 자식들을 죽인 그 젊은이들도 우리가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사회와 역사 안에서 태어난 희생양이 아니냐고, 내가 그들에게 복수하면 단 하나 남은 내 손자는 무엇을 보고 자라겠느냐고 대답하셨죠. 초등 교육도 받지 못한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그 한마디는 박사 학위를 몇 개씩 갖고 있는 사회리더들의 해답보다 명쾌했습니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영성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를 국제연대활동가로 나서게 한 뿌리는 가톨릭학생운동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나는 누구인가’, ‘내 이웃은 누구인가’,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에게 가톨릭학생운동은 세상을 보는 시각, 나아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을 바꾸어줬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욱 소외된 이웃을 찾으려는 뜻은 스물다섯 나이에 프랑스로 떠나고, 앞으로도 평화를 만드는 이로, 문화중재자로,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지키는 활동가로 살아가게 했다.

그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NGO 활동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잃어버리고, 물질주의·성공주의로 그들을 몰아가는 기성세대들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인권이라는 것은 남을 위해 해주는 운동이나 투쟁이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과 문화에서 정착시켜야 할 당연한 삶의 방법이자, 인간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습관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과 교회의 네트워크는 이러한 삶을 더욱 폭넓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임을 많은 이들이 함께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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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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