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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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화가 박대성 정미연 부부

“화폭위에서도 우리는 동반자 … 하느님 후원 큰 힘”
한국적 성모 마리아 작품 구상
장애인·어린이 위한 교육 계획도
내년엔 첫 부부 동반 전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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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는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이자 비평가다.
서로의 지지와 사랑이 주춧돌이 돼 부부는 각자의 위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부는 달랐다. 한국화가인 남편과 서양화를 그리는 아내는 장르의 차이처럼 개성이 뚜렷했다. 그들은 또 닮았다. 3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작품을 대하는 마음부터 미소까지 닮은꼴이다.

다른 듯 닮고, 닮은 듯 다른 미술가 부부 박대성(바오로·68)ㆍ정미연(소화데레사·58) 화백은 인생과 미술, 신앙으로 단단히 엮인 동반자다. 박대성 화백의 7년만의 국내 개인전이 한창이던 지난 5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다.

■ 닮은 듯 다른 미술가 부부

“저한테는 행운이죠. 집사람이라는 공짜 교사를 두고 배우니 서슴없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게 현재의 제 그림에 많은 도움이 됐죠.”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은 전통적인 기법과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는 한국화의 대가로 꼽힌다. 박 화백은 한국적인 전통을 추구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아내 정미연 화백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정 화백도 마찬가지였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선생님 덕분에 우리 것의 귀함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이자 비평가다. 평소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도 주고받다보니, 자연스럽게 화풍에 스며들어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때로는 신랄한 비판이 오고가서 작품을 보이기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작품은 다른 장르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비슷한 향기를 풍긴다.

“동서양의 출발이 다르듯 그림의 시작과 제작과정은 차이가 많죠. 그런데 완성해 놓고 보면 동일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의 지지와 사랑이 주춧돌이 돼 부부는 각자의 위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대성 화백의 개인전 ‘원융’(圓融)이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며, 내년 연말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시, 경상북도가 지원한 ‘박대성 미술관’이 완성된다. 지난해 신라시대 명필 김생(金生)의 탄생 1300주년 기념 특별전에 초대돼, 명필가로도 인정받았다. 2011년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간「그리스 수도원 화첩기행」을 발간한 바 있는 정미연 화백은 최근 실크로드와 인도를 다녀와 화첩기행을 발간할 예정이다.

바쁜 중에도 이들 부부는 따로 또 같은 미래를 꿈꾼다.

“박대성 선생님과 저는 10살 차이가 나요. 내후년에 선생님 고희전과 제 회갑전을 같이 할 생각이예요. 우리 부부 첫 동반 전시회가 될 겁니다.”

■ 다른 듯 닮은 신앙생활

“24시간 중 25시간을 작업에 매진한다”는 박대성 화백과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화가 등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정미연 화백의 신앙생활은 같은 꼴이다. 그림밖에 모를 것 같은 부부에게 신앙은 삶의 일부분이고, 바탕이다.

인터뷰 중 한시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정 화백은 작업에 앞서 항상 십자고상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도를 한다. 박 화백도 세례를 받은 후 4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묵주기도를 해왔다. 한 지인이 닳고 닳은 그의 기도책을 보고 감탄할 정도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어요. 하느님은 제 삶과 작업의 든든한 ‘후원자’예요.”

경주에서 생활하고(박대성 화백), 실크로드를 다녀오면서(정미연 화백) 불교와 가깝게 지내는 부부지만 그럴수록 하느님의 뜻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전했다. 덕분에 한국교회 미술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을 준비도 돼 있다. 박 화백은 조만간 성모 마리아와 예수 고난 등을 한국적으로 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국 미술계의 거장으로서 한국교회 미술에 대한 연구가 우선시 돼야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오던 일이예요. 더 늙기 전에 해야겠다 마음먹고 구상하고 있죠. 그렇지만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공하신 전문가 신부님들을 주축으로 연구가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자적인 가톨릭미술이 형성돼야 할 거예요.”

박대성·정미연 화백 부부는 자신들의 견고한 믿음을 나누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한국전쟁 중에 한쪽 팔을 잃은 박 선생님의 지금 모습은 많은 분들에게 큰 힘이고 희망일 거예요. 그래서 곧 몸이 불편한 분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사진 이우현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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