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문화초대석] "바쁜 저 대신 선교하라고 책 냈지요"

신앙체험기 「김지영의 장및빛 인생」펴낸 원로배우 김지영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18살에 연극 배우로 처음 무대에 섰다. 21살에 결혼했다. 술을 좋아한 남편은 술로 폐인이 됐고, 남편 병구완 비용 대려고 결혼과 함께 놓았던 연극 무대에 다시 나갔다. 정성을 다한 병구완으로 12년 만에 완쾌된 남편은 한동안 멀리하던 술과 다시 친구가 됐고,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됐다.
 `지지리도 못난 남편`, `빨리 사라져야 내가 편할 남편`이라고 평소 원망하고 욕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남편을 보낼 때가 되자 욕을 해댄 잘못을 용서 청하고 싶었다. 남편이 눈을 감기 전에 꼭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어렴풋이 알게 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녹화 중 남편이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늦었다. 의사들이 말했다. "벌써 숨이 끊어진 것 같은데, 이제 그만 기계 빼시죠."
 통곡과 절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여보쇼! 야, 이 인간아! 잘 살아보자고 만나서는 평생 고생만 시키더니 얼굴도 안 보고 가냐, 못된 인간아? 엉엉 …이날 이때까지 옷 한 벌 제대로 못 해주더니, 처음으로 입혀준다는 옷이 그래, 겨우 소복이냐? 흑흑…점점 좋아지는 세상에 먹을 것도 많은데 왜 하필 그 쓴 소주니, 이 바보야!"
 원망의 화살을 하느님에게도 퍼부었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얼굴 한 번만 보고 가게 해달라고 그토록 애원했는데 그것도 좀 안 들어줘요. 그래? 물론 내가 당신을 안 믿었지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었나요? 그러면서도 뭐 주인이라고요? 아버지라고요…?"(본문 중에서)
 바로 그때 사건이 생겼다. `아! 진짜로 하느님이 계시는구나!`
 하느님 딸로 다시 태어났다. 일곱 마귀가 들렸던 막달라 여자 마리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막달라 마리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의 나이 쉰셋이었다.
 화려한 배역은 아니지만 언제나 현실감 넘치고 호소력 있는 연기로 나이 일흔인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지영(막달라 마리아, 수원교구 의왕 오전동본당)씨 이야기다. 결코 장밋빛 같지 않은 삶을 산 그가 「김지영의 장밋빛 인생」(바오로딸/8000원)이란 책으로 자신의 삶을 털어놨다. 자유기고가 박인숙씨가 대담을 하고 글로 엮었다.
 이 책은 그러나 50여 년 연기 생활을 통해 영화에만 200편 이상 출연했고, 지금도 `황금신부` `대왕세종` `산넘어 남촌에는` 등 세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칠순 노배우가 연기 생활을 돌아보는 회고록이 아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푹 빠져 버린" 김지영 막달레나의 `아버지 사랑가`다. 편한 말로 하면 `신앙체험기`다.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누구나 그렇지 않냐고? 그에게 하느님 아버지는 이 세상 어느 아버지보다 더 살갑다. 일산 SBS드라마제작소에서 잠시 짬을 내 만난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자꾸만 얼굴을 훔쳤다. 아버지의 큰 사랑 앞에서 부족하고 죄스러운 딸이 흘리는 감사의 눈물이었다. 책은 그런 사연들을 드라마보다 더한 삶의 이야기와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선지 책을 펴면 빨려 들어간다. 섬뜩할 정도로 진한 감동이 있다.
 책을 낸 사연은 무엇일까. "선교를 위해서지요. 제 할 일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너무 바빠요. 그래서 저 대신 선교하라고 책을 냈어요."
 정진석 추기경은 이렇게 썼다. "이 감동적인 신앙체험기를 읽는 분들이 행복할 때나 어려울 때나 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고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믿으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인세를 받지 않겠다는 김지영씨의 뜻을 헤아려 바오로딸 출판사는 책 수익금을 전액 지난해 엄청난 재해를 입은 방글라데시에 기증키로 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사진=전대식기자 jfaco@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1-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1

집회 34장 16절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아무것도 겁내지 않으리라. 주님께서 그의 희망이시니 무서울 것이 없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