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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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닥종이 인형 작가 소빈씨

살아 숨 쉬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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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담은 닥종이 작품… 한지대전서 대상 수상
26일부터 서울 전주 광주 등 6개 도시서 전시

겹겹이 포개지는 닥종이에 사랑을 담아내는 닥종이 인형 작가 소빈(스타니슬라오, 40, 광주 쌍용본당)씨가 5월 26일부터 전국순회 전시를 연다고 해서 만나봤다.

“한지가 막연히 좋았어요. 찢어서 물을 묻히면 한지의 결이 살아나죠. 마치 숨쉬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요양삼아 집에서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것들을 하나둘 배워나갔다. 한지공예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한지부조작품을 만들어냈다. 전문적으로 미술교육과정을 밟은 적은 없지만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사실 그의 재능은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병이 완쾌되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했다. 유치원선생님도 하고 10년간 본당 교리교사도 하고 라이브카페에서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모든 경험이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죠.”

그러던 그가 닥종이를 만든 것은 8년 전부터다. 아이가 없는 큰형수를 위해 무엇을 선물해 줄까 고민하다가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그는 닥종이 인형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도 전문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다. 기본적인 제작과정만 익힌 다음 자신의 느낌을 담아 만들었다.

“하다보니까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제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줄 알아보고 싶어서 원주에서 열리는 한지대전에 제 작품을 출품해 봤어요.”

결과는 놀라웠다. 많은 실력자를 제치고 은상을 수상한 것. 닥종이 인형부문에서는 대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기술적인 면은 많이 떨어졌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에 많은 점수를 줬다고 하더군요.”

소씨는 다음해에도 출품했지만 아쉽게도 낙선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 번의 낙선으로 모든 것을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결국 낙선 다음해에 금상을 수상했으며 또 그 다음에는 대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았을 당시 그의 작품은 “닥종이 인형을 조각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들었다.

소씨는 하나의 형태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외국인 인형, 현대적인 느낌의 인형 등 다양한 모습의 인형을 만들어냈다. 그는 또 작품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이번 전시 작품도 역시 저마다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 자신을 투영시켜 만든 푸른빛 인형‘유리문’과 인형 자체의 순수함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탱자나무가시’등 20여 점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품들은 모두 최근 바오로딸에서 발간한 ‘수도원에서 온 편지’(성바오로딸수도회 엮음/152쪽/7500원)의 삽화들이다.

“수녀님들께 제의를 받자마자 바로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고 대답했어요. 원래 올해 안으로 닥종이 인형 책을 내고 싶었는데 저에게는 좋은 기회가 온 거죠.”

흔쾌히 허락했지만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원광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시에 전남대와 전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틈이 나는 대로 작업을 하면서 4개월 만에 모든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삭막해지는 이 세상에서 제 작품이 사람들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서울 명동(5월 26일~6월 2일)을 시작해서 전주(6월 5~12일), 광주(6월 16~23일), 대구(10월 3~12일), 대전(10월 22~31일), 부산(12월 6~13일) 순으로 이어진다.

※문의 02-944-0944~5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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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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