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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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숙자역 박혜경씨

연기하면서 더 많은 삶을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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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뭘 놀라나? 다시 한번 말해줄까? X년."
 또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참 예쁘게 생겼다`고 눈여겨보는 찰나 그 예쁜 입에서 거친 욕설과 짙은 경상도 사투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왔다. 깜짝 놀랐다. 관객들 역시 움찔한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고급 콜걸이었지만 알코올 중독 환자로 전락해버린 `숙자`역을 맡은 박혜경(체칠리아, 27)씨 첫 대사는 퍽 인상적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막이 끝날 때까지 박씨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화려한 변신에 박수와 환호

 무릎이 튀어나온 환자복을 입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선 섹시한 콜걸로 화려하게 등장하는 그의 변신에 소극장 전체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찐득한 음악과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기막히게 잘 어우러졌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무료 재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공연 문의 : 02-744-5701, 극단 연우무대
 환자보다는 후원금을 걱정하는 원장 신부, 치매 할머니, 빚쟁이들에게 쫓기다 반신불수가 돼버린 40대 가장 등 저마다 삶의 상처를 하나씩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감동과 재미를 적절히 버무려 차려냈다.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을 정도로 내용과 구성, 음악 모두 탄탄하다. 관객과 소통이 쉬운 소극장은 이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
 박씨는 "소극장 무대는 내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다"며 "무대를 넓게 쓰는 대극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노래하기를 좋아했던 그였기에 배우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중고등학생 때도 연극부에서 활동했고 물론 대학에선 연극을 전공했다.
 "한 번도 노래와 연기를 제 삶에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노래가 너무 좋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참 즐거웠어요. 대학 졸업 후에는 계속 오디션 보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목소리가 한층 밝아진다. 무대 위에서나 아래서나 똑같은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배우다. 그는 씨스터소울, 하드락카페, 불의 검 등에 출연했다.

소홀했던 신앙생활 되찾기로

 "특별히 어떤 역할을 가리지 않아요.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죠. 이번에 역을 맡은 숙자는 알코올 중독 환자인데 사실 저는 술을 잘 못하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겸손해지죠. 또 더 많은 삶을 배우려고 노력하게 돼요."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신앙에 대한 말을 꺼내니 못내 쑥스러워한다. 박씨는 "성가대 활동도 하고 주일학교 부회장까지 지낸 열심한 학생이었지만 대학 다니면서는 성당에 잘 못나갔다"며 "이번 평화신문과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신앙을 되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교회 다니는 선후배 배우들은 공연 전에 서로 손잡고 기도하거든요. 저도 옆에서 누군가 신앙적으로 이끌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렇지만 가톨릭 신자 배우들은 참 드러내질 않아요. 하하."
 박씨는 합숙 훈련에 녹초가 돼도, 원하는 공연 오디션에 떨어져 힘들었던 시기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성장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반짝이는 열정을 앞으로 어떻게 발산시켜갈 지 꾸준히 지켜보고 싶은 배우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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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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