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활동 20여 년 만에 첫 개인전
“작품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
14일까지 정동 ‘갤러리 품’서 전시
‘미루(美鏤, 아름다움을 새기다)’
서울 정동 갤러리 품에서 화폭에, 사람들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새기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주인공은 미술계 입문 20여 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여는 화가 이경준(바오로·44)씨. 경기도 일산 작업실에서 이씨를 만나봤다.
“평생 전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주님의 뜻인지 갤러리 품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됐네요.”
경북대를 졸업한 이씨는 군대 제대 후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정착했다. 작은 화실을 마련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간간히 국전에 작품을 내놓았고 4번이나 당선된 작가지만 전시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처음 화실을 시작할 때 지하에서 출발했어요. 그 때는 건물 2, 3층으로 옮겨가면 아름다운 누각처럼 느껴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지금은 그의 옛 소망처럼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건물 3층에서 아름다운 누각 ‘미루’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만나고 따뜻한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해 갔다.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것도 화실에서 만난 인연덕분이었다. 가톨릭대 권영순(젬마) 교수를 만났고 권교수를 통해 한국 가톨릭여성연구원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를 알게 됐다. 이 인연으로 지난해에는 ‘품 기도의 집’에 현판과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본 최수녀는 이씨에게 전시를 권했고 이번 첫 전시를 열게 된 것이다.
“전 수녀님들과의 인연이 각별한 거 같아요. 제가 태어날 때 절 받으신 분이 수녀님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첫 전시회도 수녀님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는 또 “이번에 느낀 거지만 수녀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희생을 하면서 살아가는 거 같다”며 “항상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올해 첫 전시를 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작가 본인의 세례명인 ‘바오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전시되는 20여 점 가운데에도 ‘바오로야, 바오로야’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을 정도로 세례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주님께 다가가는 제가 그림 속의 길 떠나는 나그네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 봤어요.”
작가는 첫 전시를 앞두고 사람들과 그림으로 교감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작품 자체로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이번 전시의 목적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들도 대부분 시골의 편안한 정경을 담은 풍경화와 정물화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입체적으로 제작한 ‘예수조각상’과 ‘바오로야, 바오로야’는 묵상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작품이다.
앞으로 인물화를 더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그는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러 가지 형태로 그려보고 싶다”며 “최종적으로는 예수님의 얼굴 초상을 그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문의 02-318-2338 갤러리 품
이지연 기자
virgomary@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