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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의 곽정란(데레사)씨

그녀가 1박2일 동안 160㎞를 달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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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란(데레사, 50)씨는 11월 초 충주호 100마일런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박 2일 동안 160㎞를 달렸다. 지난 9월에는 독일 베를린 마라톤을 완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까지 올라 설산의 장대한 기운을 가슴 가득 담아왔다. 2007년에는 50도가 넘는 열사의 사하라 사막을 7일 동안 걷고 뛰어 250㎞ 레이스를 완주했다.

 달빛을 이불 삼아 노숙하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모래 벌판을 종주하는 사막의 울트라 마라톤, 건강은 물론 어지간한 모험심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도전이다. 요즘도 틈만 나면 깎아지른듯한 인수봉 암벽을 오른다.

 천상 여자처럼 보이는 그가 왜 이토록 극한 상황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일까.
 그의 자전 에세이 「숨은 꽃, 꽃술을 터뜨리다」(젠북)에 달린 `한쪽 가슴만으로도 행복한 여자`라는 부제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 로프와 자일에 의지해 암벽을 오르는 곽정란씨.
그는 "도전은 늘 두렵지만 그 현장에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 저 나무가 옛날에도 저기 있었나?
 평범한 독서운동가였던 그를 산악인과 마라토너로 만든 것은 한쪽 가슴을 앗아간 유방암이다. 그는 "나의 울트라 마라톤은 10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수술 하루 전날 샤워를 하면서 여성성의 상징을 잃는 아픔 때문에 목놓아 울었다. 그러나 그런 상실감은 울트라 마라톤의 시작에 불과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항암치료, 죽음에 대한 직면, 재발 두려움, 소외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암 투병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일어난 날 아침, 거실에서 내다보는 창밖 풍경은 여지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가을 아침의 은행나무를 보며 "저 나무가 옛날에도 저기 있었던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무뿐만이 아니다. 내 눈길이 가 닿는 곳은 무엇이든지 아름답게 변해 간다. 아, 내가 살아 있구나,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 있구나! 이제껏 살아 있다는 건 당연했는데, 아니 너무도 당연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개안` 중에서).

 그는 어느날 잡지에서 암벽 등반하는 여성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고 힘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암벽 등반을 시작했다. 그는 "순간의 응축된 집중과 몰두가 좋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힘을 모아 한 발 한 발 올라가는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또 히말라야 설경 사진을 벽과 냉장고에 붙여놓고 1년여간 준비한 뒤 안나푸르나에 도전했다. 그는 "안나푸르나에 가서 아기처럼 순해져서 돌아왔다. 암 투병의 긴장이 눈녹듯 풀렸다"고 회고한다. 이어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동병상련의 유방암 환우 6명과 또다시 히말라야로 향했다. 사하라 사막에 가서는 작열하는 태양에 소심한 성격과 불안감을 모두 태워버리고 돌아왔다.

 그는 "사하라 사막을 종주하는데 필요한 것은 `반드시` (완주해야 하고)` `무조건` (발을 내디뎌야 하고)` `절대로`(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세 단어면 충분하다"며 어떤 일에든 머뭇거리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권한다.

 # 누구나 사하라 사막을 걷는다
 그는 질병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찾은 경우다. 밝은 세상에서 편안하게, 때로는 욕심부리고 화내며 살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문이다.

 그래서 암 선고를 내린 병원을 "냉담자와 다름없던 나를 아름다운 신앙으로 초대한 곳"이라고 말한다. 또 질병을 "늘 보던 자연에서조차 고귀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는 "암 투병ㆍ사업실패ㆍ실직ㆍ주식투자 손해 등 누구나 크든 작든 겪게 되는 인생의 고비가 사하라 사막"이라며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고 싶어 책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맨다. 이 시대 중년 여성들과 더 깊은 체험을 나누고 싶어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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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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