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만나고 싶었어요]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삶」 펴낸 원주교구 김태원 신부

''''다시 사제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 삶도 곧 묻혀지겠지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서울 인사동 골목에서 만난 김태원 신부.


   김태원(원주교구) 신부를 만나면, `진리 안에서 자유`(요한 8,32)라는 말씀이 먼저 떠오른다.

 불현듯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금당계곡 해발 750m 외딴 산속 `흙집`으로 떠나 살아온 지 4년째다. `때묻지 않는` 야생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떠난 길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소리에 대한 응답이었다.

 하지만 농사와 식사 준비 및 설거지, 청소, 빨래, 황토집짓기, 나무하기, 풀베기로 이어진 산속 생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기도 했다. 틈틈이 옻칠 그림을 그리며 여유를 만끽하기도 하고, 겨울이면 영하 25℃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에 눈보라를 견디며 네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그 삶의 흔적을 김 신부가 단행본 한 권에 담아냈다.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삶」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책이다.

 서울 인사동 골목 찻집에서 만난 김 신부는 `도반`을 만난 것처럼 편안한 이미지였다. 낡은 후드점퍼에 얇은 털모자(비니)를 쓰고 배낭을 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 땅을 일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요. 전 배움터로 산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인생을 갈무리하고 옻칠그림에도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사제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 삶도 이내 묻혀지겠지만, 그러기에 더 간절하고 소중했습니다."

 김 신부는 말끝을 흐렸다.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시계 하나, 달력 하나 없이 세월을 잊고 `있는 그대로` 즐기며 살아온 3년 여 삶은 시작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 김 신부 역시 산에 들어와 살며 고민한 것보다 살기 전에 고민한 게 몇 배는 더 많았다. 산에서 겨울은 어떻게 지내지? 무엇을 먹고 살지? 사람들을 잘 보지 못하는 산에서 고독은 어떻게 견뎌야 할까? 난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그렇지만 막상 산속으로 들어오고나니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추위가 일찍 닥쳐오고 봄은 늦게 오는 산속에서 그는 나무를 때 난방을 하고 자연을 즐겼다. 심각한 고혈압과 심장병도 김 신부를 막지 못했다. 산속에서 싱싱한 채소 샐러드에 고구마, 감자를 삶아 껍데기채로 먹고 녹차를 마시고 사과를 통째로 먹으며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건강은 더 좋아졌다. 그 혹독한 추위에도 감기 한번 앓지 않았다. 농사도 고추와 콩, 해바라기, 들깨, 옥수수, 더덕, 호박, 가시오가피, 주목나무, 헛개나무 등 10여 종을 키웠다. 물론 농약은 물론 비료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황토집 주변은 온갖 생명체가 넘쳐난다.

 어느덧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구릿빛 얼굴 농부처럼 강인해진 김 신부는 어느 도료보다 자연친화적인 옻칠 그림에 푹 빠져있다.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빛깔에 한번 칠해놓으면 오랜 기간을 견디어내는 옻칠에 빠져 그는 생태적 삶의 이미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이 책은 그간 생태적 삶에 대한 향기나는 고백록이다.(도서출판 도솔/1만2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2-2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0

에페 4장 29절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