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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한국에서 최양업 신부 곡 연주하고 싶어요

KBS 동포상 수상한 독일 음악계 첫 여교수 작곡가 박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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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이었다. 최양업 신부라니. 남자교수 일색이던 독일 음악계에서 1994년 최초로 음대 여자교수로 임명돼 유럽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던 작곡가 박영희(소피아, 65) 교수가 제일 먼저 꺼낸 이야기는 땀의 순교자로 알려진 우리나라 2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였다.
 인터뷰를 위해 미리 조사했던 그의 프로필들, 예를들어 그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74년 29살에 장학생으로 독일 유학을 떠나 1978년부터 유명 콩쿠르에서 작곡상 1등을 휩쓸며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반열에 오른 사실들과 한국적 소리와 음색을 유럽 음악계에 전파해 `코리아`라는 이름을 드높인 공을 인정받아 4일 KBS가 주는 해외동포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들은 잠시 접어둬야 했다.
 박 교수는 최양업 신부에 대해 알게 된 60살부터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 신부에 관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작곡하면서 비로소 작곡가라는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 전에 작곡한 것들은 모두 엉터리에요. (웃음) 우리나라에 이렇게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살았던 신부님이 있었다니. 그 분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제가 더 빨리 성숙했을텐데요. 최 신부님이 쓴 서한을 읽으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그 분의 사목열정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박 교수는 2007년 최양업 신부가 쓴 편지 내용을 담은 `빛 속에서 살아가며` `주여, 보소서. 우리의 비탄을 보소서``귀한 님`을 작곡했다. 특히 라틴어로 된 `주여, 보소서~`는 무반주 대합창곡으로 지난해 성금요일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초연돼 큰 호평을 받았다.
 "작은 동양 여자가, 라틴어로 한국 신부에 대한 곡을 썼다는 것에 유럽 사람들은 신기해하죠. 한국 가톨릭 역사와 우리 신자들의 신앙심을 이야기해주면 다들 놀라요. 유럽은 가톨릭이 쇠퇴해가고 있거든요."
 그는 우리나라에서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하다. 유럽에서 현대음악을 하는 이들 중 한국인 `박파안` 교수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파안(琶案, 책상에 놓여진 비파를 보며 생각한다)은 그가 외국에서 쓰는 이름으로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어줬다.
 그는 독일에 발을 내디딘 그 순간부터 줄곧 한국의 소리를 현대 음악에 접목시켜왔다. 단 한 번도 `우리 것`을 놓아본 일이 없다. 전통악기 소리, 자연이 내는 울림, 우리만의 숨소리와 정서를 현대 서양 음악으로 재현해내며 서양인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그는 곡 제목도 `타령(TA-RYONG)``고운 님(GO-UN NIM)` `마음(MA-UM)`과 같이 대부분 한국말로 붙였다. 현지 사람들에게 일일이 그 뜻을 설명해야 하지만 그에겐 그 일이 오히려 즐거운 수고로움이다.
 "그 사람들이 언제 우리말을 해보겠어요. 그렇게 하나씩 우리 한국을 알리는 거죠. 저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한국에서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는 그 사실이 더 기뻐요."
 늘 성경을 가지고 다니는 그는 말씀을 읽으며 모든 일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는 일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우고 겸손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은 모두 성경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책을 꺼내들며 "최 신부님 영성을 알게 된 이후로는 성경도 새롭게 읽힌다"고 말했다. 다시 최양업 신부 이야기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가 최양업 신부 수품 160주년이 되는 해에요.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국에서 최양업 신부님 곡을 연주하고 싶어요."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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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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