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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에세이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낸 이찬우 신부

어머니 당신 통해 하느님 사랑 배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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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우 신부

한 여인의 뱃속에서 기도를 배웠다. 그 무릎에서 사랑을 알았고, 그 가슴에서 신앙을 얻었고, 덕분에 사제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고백한다. 그 여인의 기도는 나의 숨결이 되었고, 그 여인은 사랑하는 연인이, 또 존경하는 스승이 되었다고.

이찬우 신부(인천 주안3동본당 주임)가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이지출판/272쪽/1만원〉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고마움을 풀어냈다.

‘나물할머니…’는 이 신부의 첫 에세이집이다. 가톨릭대 교수와 인천가톨릭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알기 쉬운 교회 혼인법’ 등 10여 권의 교회 전문서적을 펴 낸 학자 신부가 쓴 에세이집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먼 하늘에서만 찾던 하느님의 사랑을 어머니를 통해 집에서 찾았지요.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감히 깨달을 수 있었겠습니까. 서툴지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그려보았습니다.”

이 신부는 지난 2007년 어머니가 선종하자 평소 메모해둔 기억의 편린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 편린들에는 외눈박이 물고기 마냥 한결같이 사랑을 쏟아부어준 어머니의 모습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고단한 일상에서도 기도의 읊조림을 쉬지 않았다.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막내아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화수분이었다. 게다가 가난에도, 전쟁에도, 남편의 외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정의 수호천사로 자리를 지켰다. 이 에세이집에서는 질곡의 삶 안에서도 믿음과 지혜, 웃음의 끈을 놓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어머니는 때론 ‘나물할머니’로도 통했다. 해마다 봄이면 산과 들을 헤매며 거둬들인 나물을 팔아 교회에 봉헌했고, 막내아들이 신학교 총장으로 있던 때에는 바구니 그득 나물을 캐 신학교로 보냈다. 해마다 봄내음을 실어다준 어머니를 신학생들은 ‘나물할머니’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특히 이 신부의 에세이는 한 사제가 어머니에 대해 느낀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삶이 결국 어떠한 궁극적인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게 이끄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신부는 이 에세이에서 아버지의 외도와 형제들의 짧은 배움 등 보통사람들이라면 감추고 싶을만한 가정사까지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스스로도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한다. 그 안에서 이 신부는 혼인과 가정의 의미, 올바른 부부관계와 성가정을 구축하는 방법과 부부싸움의 지혜까지 소소한 듯 중대한 듯 쉽게 풀어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는 성경말씀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알려줍니다. 누구나 느끼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신앙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평생을 넘치게 사랑을 주고도, ‘내가 죽으면 우리 신부 갈 집이 없어 어쩌느냐’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 걱정을 하는 어머니의 애틋함에 이 신부는 단 한마디로 답한다.

“고맙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나물할머니…’는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재미와 감동, 깊이 새겨둘 메시지까지 담긴 명상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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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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