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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유럽서 활동 ‘노래하는 작은 새’ 소프라노 임선혜씨

현재에 충실하며 주님 은총에 보답. 현재에 충실하며 주님 은총에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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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혜씨
 

지난 5월 31일, 바티칸 성 베드로성당에서는 수 십 년 만에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곡가 하이든 서거 2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미사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직접 집전한 이날 미사에서는 4명의 솔리스트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33)씨가 있었다.

“성악가 이전에 가톨릭 신자로서 성 베드로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임씨는 이번 무대를 공연이라기보다는 미사에 참례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퀼른 대성당 소년 합창단을 제외하고는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멤버 중에도 가톨릭 신자는 그가 유일했다.

그는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항상 어떻게 살아야 주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고백했다.

데뷔 10년차. 그는 1999년 23살의 나이에 원전연주 분야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필립 헤레베헤와 함께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를 공연했다. 독일 유학 전에는 원전연주는 물론 헤레베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에게 최고의 지휘자와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당시 출연하기로 했던 소프라노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공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그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죠.”

무대에 오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는 매니저에게 그 작품을 여러 번 공연해 봤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리고 7시간 동안 벨기에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곡을 외워 결국엔 거장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제야 음악의 진정한 묘미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는 임씨는 이후 르네 야콥스, 파비오 피디온 등과 작업하며 세계의 성악가로 성장했다. 그가 참여한 오페라 음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노래하는 작은 새’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유럽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실 동양인으로서 최고의 무대에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 과정 중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신앙이었다.

“독일에 도착해서 너무 외로웠어요. 습관처럼 성당에 갔는데 잠겨 있더라고요. 그래서 열리기만을 기다려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모태신앙으로 어렸을 때부터 신앙을 갖고 있었던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수원 성남동본당과 마르코본당에서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로도 봉사를 했다. 성가대 담당을 하면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기타도 치고 생활성가도 가르쳤다.

“하느님은 어려운 분이시지만 우리의 아빠잖아요. 제가 느끼는 것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생활성가를 많이 가르쳐주곤 했죠.”

아이들을 좋아하는 그는 가톨릭 신자이자 성악가로서 목표가 있다. 언젠가는 자선음악회를 열어 보겠다는 것.

5월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희망나눔 음악회’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첫 걸음이었다. 소년소녀 가장과 공부방 아이들 등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이날 음악회에서 그는 ‘아베마리아’와 같은 성음악과 오페라 곡, 생활성가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곡들에 설명을 덧붙이며 청소년들이 성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왔다.

“제일 두려운 거요? 제가 자만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하지만 주님께서 제 목소리를 거두어 가신다고 해도 전혀 아쉬워하지 않을 정도로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할 거예요. 그게 제가 받은 주님의 은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연 기자
( mary@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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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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