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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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크 & talk]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하느님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분. 선천성 사지 기형 1급 장애로 태어나 피아니스트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좌절 신앙으로 극복. 제 음악이 사람들에 기쁨·위로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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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아 씨는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등에서 공연을 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들조차도 낳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어떤 이들은 해외로 입양을 보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기도를 먹고 자랐다. 그리고 지금, 세계무대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로 우뚝 섰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히야친타·23)씨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낸다. 연주 무대가 해외 곳곳으로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0일, 11일에는 타이완에서 초청 연주회를 소화했다. 11월부터는 인도네시아와 홍콩 연주도 예정돼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브라질 등에서 다양한 연주무대를 이어왔다. 음반은 영어와 중국어로까지 발매됐다. 최근엔 일본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이 씨의 삶을 담은 책도 출간돼 관심을 모았다.

20대 성인으로 성큼 자란 이 씨는 여전히 쾌활했다. 특히 그에게서는 하느님께 받은 사랑과 감사로 충만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희아는 진정 신앙으로 팔자를 고친 사람이다’라고 차동엽 신부님께서 무지개원리 책에 쓰셨더라고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말씀이에요. 여러분들도 신앙으로 팔자를 고쳐보지 않으실래요?”

이 씨는 자신이 가톨릭신자라는 것을 늘 자랑스러워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연주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공연 중에 제가 ‘어매이징 그레이스’를 불렀거든요. 청중이 모두 이슬람과 힌두교도들이어서 주최 측에서도 반대했지만 결과는 놀라웠어요. 성가 한곡으로 종교를 뛰어넘어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모습을 보고 하느님께서는 정말 놀라운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여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씨의 어머니는 딸아이가 연필 쥘 힘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쳤다. 선천성 사지 기형 1급 장애를 안고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전에 수많은 학원 문을 두드려야 했다. 돌아온 건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었다.

이 씨와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7살이 되던 해 이 씨는 피아노 대회 무대에 처음 섰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커튼 뒤에 자리해 이 씨가 장애인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심사위원이 이 씨를 보고 놀라며 ‘그래도 너는 대작을 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이 씨에겐 되레 자극제가 됐다. 남들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이 건반을 두드렸다. 드디어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했다. 이 한곡을 치기 위해 이 씨는 무려 5년 6개월 동안 매일 10시간씩 연습을 했다.

이 씨는 이후에도 피아노 대회 때마다 ‘장애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참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음반을 낼 때도 ‘두 손가락으로 친 연주를 누가 듣느냐’는 반대에 부딪혔다. 이 씨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을 때도 사람들은 ‘인기는 곧 사그라지고 연주회도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반대와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사람의 힘으로 된 일이 아니지요.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전구 덕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이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게 하시면서 ‘생긴 것이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전하고 계십니다.” 이 씨가 항상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에는 적극 나서는 이유다.

최근엔 북한 장애인어린이돕기에도 여념이 없어 ‘통일 소녀’라는 애칭도 붙었다.

“어릴 때부터 수녀님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하느님께서 수도복을 안 입히시는 것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기쁨과 위로를 주라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을 들으신 분들도 이웃돕기에 함께 참여해주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음악을 통해 일하는 마더 테레사가 되고 싶다는 이 씨. 손가락 네 개만으로 내는 피아노 소리지만, 그의 연주는 세계인들의 마음에 기쁨과 위로의 소리로 젖어들고 있다.

이 씨가 꿈(CUM) 지면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없는 것에 대해 슬퍼하거나 아쉬워말고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세요. 우리 삶이 얼마나 복된 지 알 수 있답니다.”

요즘 이 씨의 일과엔 영어성경읽기가 추가됐다.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메일에 응답하고 더 많은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공부에 빠져들면서 생긴 버릇이다. 오늘도 성경말씀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주정아 기자
( stella@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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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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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 1장 12절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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