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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조성애 수녀,김용제 「마지막 사형수」 발간

''인간 대접에 감사'' 마지막 유언, 나를 떨게 해... 사형수와의 편지 묶어 「마지막 사형수」 펴낸 조성애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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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애 쟝 마르끄 수녀
 

 
▲ 「마지막 사형수」표지 이미지
 

   20대 사형수와 60대 수녀가 나눈 용서와 화해의 기록이 사형 집행 12년 만에 공개됐다.

 1991년 10월 19일 훔친 차량을 몰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을 질주, 어린이 두 명을 숨지게 하고 학생과 시민 21명을 다치게 한 뒤 형장의 이슬로 스러져 간 김용제(당시 21살)씨와 조성애(쟝 마르끄,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수녀 사이에 오간 서한과 일기 형식의 글로, 이들 기록이 「마지막 사형수」라는 표제로 묶였다.

 "막상 출판이 이뤄져 책을 받으니 정말 가슴이 찡하더군요. 아직도 가슴이 뛰네요. 요셉(김용제 세례명)을 떠나보낸 게 1997년 12월 30일이니까 12년이 가까워 옵니다. 그런데 내게는 고작 여남은 날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듯 문득문득 생생하게 다가와 가슴을 시리고 아프게 하네요.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털어놓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형수의 기록이 남겨지게 된 것은 조 수녀의 따뜻한 말 한 마디 덕분이었다.

 사형 선고 직후 "용제야, 하느님 앞에 네 마음을 써 봐라"하는 조 수녀의 권유에 그는 집필에 들어갔다. 그렇게해서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그의 삶, 반성과 참회 기록이 남겨지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지 못해 부모에게 버려질 뻔했던 불우했던 탄생 배경, 어머니의 잦은 가출과 어버지의 자살, 할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얼룩진 불행한 유년시절,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던 시각장애로 여러 직장을 전전해야 했던 극한의 외로움도 올올이 풀려나왔다. 결국은 사회와 이웃의 냉대와 무관심을 견디지 못한 채 훔친 차를 몰고 휴일 오후 여의도광장으로 돌진했던 심경도 담겼다. 이 기록엔 그의 성장환경과 사회에 대한 분노, 서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한 젊은 영혼의 절규다.

 조 수녀는 그렇게 상처받은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한 사형수가 남긴 단순한 기록물에 그칠 뻔한 일기는 조 수녀의 따뜻하고 애잔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만나 새롭게 탈바꿈했다. `영혼을 깨우나니!`라는 제목으로 김용제에게 보내는 편지 30편을 통해서였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열심히 살겠노라"고 말하던 마지막 사형수, 그래서 "김용제를 떠나보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가 꿈에 찾아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조 수녀가 전하는 용서와 화해, 사랑의 기록은 우리에게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묻는다.

 "사형대에 오르기 전, 그는 저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 전갈을 전해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더군다나 `인간 대접을 해주신 것에 감사 드리며 짧으나마 인간답게 살고 간다`던 그의 마지막 유언은 나를 떨게 했습니다. 이제와 그 무엇을 이러쿵저러쿵하겠습니까만, 어차피 우리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어리석음을 용서하며 살아갑니다. 다만 요셉 형제가 그 울타리에 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던 그의 소원이 어디선가 꼭 이뤄졌으리라 지금도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형설Life/1만2000원)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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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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