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신앙의 씨가 뿌려져 있었어. 그 신앙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모를 거야. 그 깊은 산골에서 말이야. 하느님의 신비가 따로 없다니까. 그곳이 바로 신비의 현장이야."
차마고도 선교지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하는 김상진(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69) 신부 목소리에선 어떤 희열이 느껴졌다. 마치 눈 앞에 차마고도 선교지가 펼쳐진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람이 살까 싶은 대 자연 속에 성당이 있고, 공소가 있다니까. 티베트 소수민족들이 아직까지 자신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해. 에델바이스가 흐드러진 언덕에 세워진 작은 성당은 보기만해도 감동이야."
김 신부는 "요즘 차마고도가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반갑다"면서 "사진전을 통해 차마고도가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선교로(路)였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9~15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잊혀진 선교루트 차마고도를 주제로 한 사진전시회를 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내 소수민족 신앙공동체를 발굴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 전통과 토착화된 신앙을 기록, 보존해온 김 신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김 신부는 대뜸 `샹그릴라`를 아느냐고 물었다.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이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지상낙원으로 묘사한 곳이다. 그 지역이 바로 지금의 차마고도다.
"중학교 때 그 책을 읽고 샹그릴라에 가보길 꿈꿨지. 그리곤 매일 산에 올랐어. 공부는 뒷전이었고. (웃음) 산에서 하느님도 만나고 했으니까."
김 신부는 "늘 꿈꿔오던 샹그릴라를 중국 선교를 하면서 가게 될 줄은 몰랐다"며 "게다가 그 샹그릴라에 하느님 말씀이 전해져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중국교회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20년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중국교회가 한국과 독일, 교황청과 교류를 맺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김 신부는 "올해 수도원 100주년, 또 내가 수도원에 들어온 지 50주년, 중국교회와 인연을 맺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뜻깊은 전시회를 열게 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명동에서 태어나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명동 토박이다. 계성유치원ㆍ계성초등학교ㆍ동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9년 베네딕도회에 입회했다. 1969년 사제품을 받았고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를 맺기 전인 1989년부터 중국교회 사목을 시작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