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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신앙시집 「우매한 사랑」 출간한 강계순 시인

“기도·묵상 통해 얻은 시…주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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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얼굴을 때리고 길은 아득히 멀고 /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사구(砂丘)의 골은 깊었습니다 / 허방치고 헤매는 발 부르트고 찢겼습니다 … 당신이 오셨습니다 / 돌베개 베고 누운 황량한 사막으로 내려오신 / 당신의 옷깃으로 눈물을 닦고 / 다시 몸 추슬러 바람 속으로 / 긴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돌베개’ 중)

한국가톨릭문인회 부회장을 지낸 강계순(크리스티나?73) 시인이 최근 자신의 첫 신앙 시집 「우매한 사랑」(들숨날숨/125쪽/7500원)을 냈다. 지난 10여 년간 기도와 묵상으로 틈틈이 건져 올린 시심 가운데 64편을 추려 엮었다.

시인은 반세기동안 시에 대한 자의식과 위기의식, 구원의식을 좇으며 오롯이 한길을 걸어왔다. 특히 사소한 일상에서 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참신한 ‘상징시학’의 시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때로는 한국문단을 지배해 온 전통 서정과 이별하고, 부조리하고 모순된 인생사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시인에게 신앙시집은 시력(詩歷) 50년을 넘겨서야 스스로에게 주는 화해와 치유의 선물이다. 그는 서문에서 “신앙 시는 의지나 재능이나 열정만으로 쓰여지는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달았고, 오래 참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번 시집에서 뚜렷이 감지되는 것은 ‘성경’이다. 그리스도인의 영원하고도 보편적 주제인 성경이 강씨의 시에서는 더욱 구체화된다. 실제로 많은 문장과 단어를 성경에서 빌려왔고,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도 성경말씀이다. 시인은 “성경보다 더 정확하고 진실하게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언어를 찾을 수 없었다”며 “부족한 나의 믿음과 재능으로는 이렇게밖에 그분을 증거할 수 없으며, 또 이렇게라도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인이 변주(變奏)한 것은 성경말씀으로 그치지 않는다. ‘십자가의 길’을 형상화한 ‘비아 돌로로사’(Vis Dolorosa) 14편은 이번 시집의 또 다른 백미다. 그는 성경말씀의 얼개를 살리면서도 호소력 짙은 호흡으로 기도문을 노래했다.

‘그대를 경외했던 모든 사람들 다 / 침 뱉고 손가락질하는 그 길 위에서 / 그대 머리를 쿡쿡 찔러대는 가시관 / 헤진 살을 다시 파헤치는 채찍을 마주보기 두려워 얼굴 돌리는 / 비겁하고 허약한 군중과 함께 나도 / 우두커니 팔짱 끼고 서서 / 쏟아지는 햇빛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아 돌로로사 9-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 중)

1937년 경남 김해 출생인 강계순 시인은 1959년 ‘사상계(思想界)’로 등단했다. 「天上의 활」, 「짧은 광채」 등의 시집과 시선집 「지상의 한사나흘」을 비롯해 다수의 산문집·수필집·평전을 냈고, 동서문학상·월탄문학상·성균문학상·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구입문의 02-2266-3605(서울) 054-970-2400(왜관) 분도출판사


곽승한 기자 ( paulo@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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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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