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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찍을수록 선조들 장인정신과 능력에 감탄

문화재 촬영 40년 외길을 걸어온 사진작가 한석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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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이 문을 닫으면 비로소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수천 년 세월을 간직한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의 빛과 각도로 금동미륵반가상 특유의 신비로운 미소가 되살아나고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는 저마다 지닌 고유 색을 발한다. 실제로 봐도 잘 느낄 수 없는 석굴암 본존불의 자비로운 기운이 사진에선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화재 촬영 40년 외길을 걸어온 한석홍(바오로, 71, 서울 갈현동본당)씨는 우리나라 문화재 전문사진작가 1호다. 제주 출신인 그는 서라벌예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1971년 우연찮게 문화재 사진도록 작업을 맡게되면서 문화재 사진 외길을 걸어왔다.
 주요 국립박물관 도록은 전부 그의 카메라를 거쳤고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해저 유물이 발견됐을 때도 그가 나섰다.
 1991년 한ㆍ러 수교 1주년 기념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스키타이 황금전`, 1995년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우리 뿌리를 찾기 위해 마련한 `알타이 문명전` 등 굵직한 문화재 전시회 도록 작업엔 늘 한씨의 이름이 첫째로 오르내렸다.
 가톨릭사진가회 창립 멤버이기도 한 그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첫 방한했을 당시 국내 사진기자들을 제치고 가장 가까이서 교황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의 사진들 대부분은 요즘처럼 디지털 작업이 전무했던 시절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 시절을 회고할 때면 늘 감회가 새롭다.
 "초창기엔 정말 뭣도 모르고 찍었어요. 그러다 조금씩 문화재와 미술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죠. 그때부터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문화재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사진으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겁니다. 도자기 표면에 반사되는 빛과 겹쳐지는 그림자를 어쩔 줄 몰라했죠. 유물들 앞에서 좌절도 많이 하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한계를 수도 없이 느꼈습니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사진을 자유자재로 조정한다지만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사명감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다"며 "문화재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우리 선조들의 장인정신과 능력, 우리 문화에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40년 인생을 정리하는 책 집필에 여념이 없다. 문화재 사진 외곬 인생과 자신의 뒤를 잇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은 문화재 사진을 찍는 후배들이 많아져서 든든합니다. 제 아들도 그렇고요. 후배들이 문화재 사진을 찍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길 바랍니다. 문화재는 단순히 유물을 찍는 것이 아니라 거기 담긴 역사와 정신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거든요."
 대가의 진심어린 충고가 쉬이 들리지 않는다. 그의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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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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