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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영성의 미술관」지은이 박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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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는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12세기 무명 장인이 그린 작품에서 뿜어 나오는 신앙과 정신력을 보게 됩니다.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없지만 좋은 작품은 끊임없이 말을 걸며 근본 정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벨기에 브뤼셀 리브르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 홍익대미술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한 박혜원(소피아, 42, 사진)씨가 「매혹과 영성의 미술관」(생각의 나무/2만 2000원)을 펴냈다.  「매혹과 영성의 미술관」은 `위엄 있는 그리스도` `플랑드르 작품 속 그리스
 
 
1. <라자로의 부활>, 1043~1046년,『헨리 3세의 황금복음서』중,「아우레우스 에스코리엘리엔시스 수사본」, 50×33㎝,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의 산 로렌초 도서관, 스페인
 중세 전기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수사본. 만화와 같이 여러 층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이다. 페이지 상단에는 라자로가 숨을 거둔 장면이 묘사됐는데, 그 옆에는 마리아와 마르타가 슬퍼하는 장면이 있고, 다음 장면에는 심부름을 보낸 사람이 예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 중간 층에는 두 자매가 예수에게 라자로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고, 맨 하단에는 라자로가 갑자기 눈을 뜨고 관에서 일어서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단순명료하고 극적인 표현, 화려하고 세련된 색채로 그려졌다. 화가는 예수가 행하신 기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신장을 짧게, 그의 업적은 설득력있게 전달되도록 손은 크게 그렸다. 단순 명료한 표현은 효율적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으로 책을 아름답게 하는 것뿐 아니라 교육과 복음 전파 목적을 갖고 있다. 
 
2. <남자의 얼굴>, 1040~1074년경, 작가 미상, 유리화, 지름 25㎝,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미술관, 프랑스
 천상의 짙은 푸른 배경 중앙에는 붉은 옷을 입은 그리스도로 추정되는 인물이 정면으로 우리를 직시하고 있다. 이는 11세기 로마네스크 성당 내부를 장식했던 유리화로 하느님의 신비는 오색찬란하고 환상적 이미지로 드러난다. 1880년 독일 라인강 하류 비센부르크의 성 베드로-바오로 수도원에서 발견된 이 작은 유리화는 `영광의 그리스도` 좌상 또는 입상으로 예수의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또한 현존하는 유리화 중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녹푸른 배경에 붉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과 얼굴 배경의 묽은 갈색 붓질은 눈부신 얼굴에 은은한 바탕을 깔아준다. 강렬한 검정 윤곽선은 그리스도 얼굴에 성스러운 기운과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3. <최후의 만찬>(부분), 1464~1467/68년, 디에릭 보우츠, <최후의 만찬 세 폭 제단화>의 중앙 패털, 패널에 유채, 183×152.7/71.3㎝, 루뱅 성 베드로 성당, 벨기에
 15세기 플랑드르 수도원 식당에 펼쳐지는 광경. 흰 식탁보가 씌워진 수평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탁자 너머 그리스도가 정면을 바라보며 성체를 축성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만찬에 초대받은 이들은 예수의 열두 제자로 그의 왼편에는 제자 요한이, 오른편에는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성체를 응시하는 베드로가, 그 뒤에는 바오로가 있다. 우측에 붉은 옷을 입은 유다는 두 손에 검은 자루를 움켜쥐고 있는데, 이는 예수를 팔아넘긴 대가로 로마군에게 받은 은전 서른 닢이다. 그리스도 머리 뒤에는 나무로 된 큰 벽난로막이가 서 있는데, 우연인 듯 연출된 벽난로막이의 십자가 문양이 그리스도가 바로 십자가의 현현(顯顯)임을 암시한다.

4. <천주의 어린양>, 1635~1640년,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캔버스에 유채, 36×62㎝, 마드리드 프라도 국립 박물관, 스페인
 네 발이 묶여 꼼짝 못하는 이 흰색 수양은 바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다. 극사실적 섬세함으로 그려진 양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환한 빛을 받고 있는데 이는 바로 암흑을 뚫고 구원의 빛으로 오는 그리스도 모습이다. 양의 폭신폭신한 털의 질감이 생생해 따스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하고, 때를 탄 털의 더러운 모습은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힘없고 결백한 양은 자신에게 처해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감지했는지 눈이 반쯤 감긴 지친 모습이다. 외부에서 환한 빛이 비추이는 화면 연출을 통해 침묵하는 천상의 신비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5. <달빛 풍경 아래 꽃다발>, 1940년경, 조르주 루오, 캔버스에 유채, 43×29㎝, 루체른 로젠가르트 컬렉션 미술관, 스위스
 조르주 루오 작품은 오랜 시간 고된 훈련과 깊은 명상 후에 도달한 영성과 인성이 어우러진 심오한 정신의 산물이다. 청년 시절 유리화 공방에서 견습은 그의 작품에 결정적 영향을 줬는데, 강렬한 색채와 거칠고 투박한 마티에르의 표현은 유리화 형태를 감싸는 검은 납선을 연상시키는 검은 선을 낳았다. 외곽의 짙푸른 테두리는 액자 안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루오는 그리스도, 광대, 창녀 등 다양한 주제를 그렸는데 본질적 주제는 바로 현존하는 하느님으로, 이는 해 또는 달로 등장한다. 창가의 기다란 화병에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하느님 사랑의 자비와 그 신비를 소리 높여 찬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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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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