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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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구치소 순회 공연하는 연극인 이원희 씨

재소자들의 감동이 공연 원동력, “성경 바탕 시나리오 직접 제작, 동료 출연진도 십시일반 참여, 구치소 순회 공연 벌써 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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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게 혹은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시작종이 울렸지만, 옆 사람과의 잡담도 끝낼 줄 몰랐다. “도대체 나오미가 누구야?”, “빨리 하고 가라” 등의 불만도 쏟아냈다.

무대에 불이 켜진지 5분쯤 지났을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펴고 두 손을 모은다. 롯의 독창이 이어지자,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매달 구치소에서 여는 문화행사에 재소자들은 사실 별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반감을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날 즈음엔 그 누구보다 큰 감동을 표현합니다. 거짓말처럼 바뀌는 이 변화가 바로 제가 구치소에서 공연한 후 받는 ‘일당’입니다.”

연극인 이원희(엘리사벳·60)씨가 구치소를 찾은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본당 신자의 권유로 시작한 공연이었다.

연기뿐 아니라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구약성경을 극화한 창작 1인극 ‘나오미의 노래’로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어왔다.

연극무대와 함께 매달 음악회도 마련했다. 이 씨와 뜻을 같이 한 연출가, 연주가 등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재소자들을 위한 공연 비용을 보탰다. 알음알음 모인 이들과 함께 합창단도 꾸렸다. 한 재소자는 ‘숨은 손가락’이라는 합창단 이름도 지어줬다. 공연 진행 자체가 나누고도 남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이 씨는 늦깎이 연극인이다. 대학 졸업 후 미국 뉴욕으로 유학, 화려한 성악가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마흔다섯 나이로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당시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연극은 어린 시절부터 오랜 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연극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지만, 전 확대경이라고 생각해요. 연극 무대에서는 사람의 내면 부분부분을 확대해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렇게 자신을 여는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이유와도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별한 봉사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큰 무대와 수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심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씨는 구치소뿐 아니라 전국 각 본당 등에서 요청하면 어디든 찾아간다. 일류 무대, 최고의 관객은 바로 내가 지금 설 수 있는 무대, 나를 만나러 온 관객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오는 21일부터는 ‘소외계층문화순회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기금을 후원받아 전국 10개 교도소와 구치소 순회공연에도 나선다. 앞으로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도 연극으로 꾸며볼 계획이다.

“수천 년 전 이야기인 성경이 지금도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참으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 말씀의 감동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특히 ‘실천할 수 있는 사랑에 무관심하지 말자’는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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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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